광고로 집중공격 개시…트럼프 "헤일리는 세계주의자" 비난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의 첫 투표까지 열흘을 채 남기지 않은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공격의 포문을 '추격자'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에 집중하고 있다.
그간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끌어내리는 데 주력했던 트럼프 캠프에서 최근 상승세인 헤일리를 경선의 마지막 걸림돌로 보고 표적을 옮겨야 한다는 시각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7일(이하 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지지 슈퍼팩(정치자금 기부단체)은 2번째 경선 지역인 뉴햄프셔주에서 지난달 중순 헤일리 공격 광고를 처음 시작, 500만 달러(약 65억8천만원) 이상을 지출했다.
트럼프 캠프도 지난주에 헤일리가 국경 장벽 설치를 반대했다고 비난하는 광고를 뉴햄프셔주에서 방영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측은 반면 드샌티스를 공격하는 광고는 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본인도 헤일리에 대한 비난 발언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5일 아이오와주 유세에서 헤일리가 국경 개방 지지자, 월가 등 기득권 기부자들에 의해 휘둘리는 '세계주의자'(globalist)라고 공격하면서 "그는 세계를 좋아한다. 나는 '미국 제일'(America first)을 좋아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6일에는 헤일리가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나서 자신에게 감히 맞섰다며 "니키는 나를 팔아먹은 것처럼 당신들을 팔아먹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캠프는 또 그간 기자들에게 정기적으로 보내던 '죽음의 키스'라는 제목의 드샌티스 공격 이메일의 표적을 지난달 말부터 헤일리로 바꿨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의 고문인 제이슨 밀러는 드샌티스의 지지율이 어디서나 한 자릿수에 가까워지고 있다면서 이제 헤일리에 집중할 차례라고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말했다.
트럼프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 격차로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캠프는 오는 15일 열리는 아이오와주 당원대회(코커스)와 이후 뉴햄프셔·네바다·사우스캐롤라이나주 경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로 후보를 사실상 확정 짓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측에서는 헤일리가 아이오와 당원대회를 2위로 마칠 경우 그로부터 1주일 뒤에 열리는 '경선 풍향계' 뉴햄프셔주 예비경선(프라이머리)에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헤일리는 지난해 경선 후보 토론에서 선전한 이후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가 드샌티스를 추월했다.
새해 들어서도 온건 성향 보수층의 지지를 끌어모으면서 탄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헤일리 캠프에 따르면 그의 작년 4분기 선거운동 모금액은 2천400만 달러(약 316억원)로 전 분기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또 공화당의 핵심 자금줄인 코크 형제가 세운 정치단체가 그에게 2천700만 달러(약 356억원)를 추가로 지원한다고 밝혔다.
지난 달 헤일리 지지를 선언한 크리스 수누누 뉴햄프셔 주지사는 한 인터뷰에서 트럼프 측의 공격이 헤일리로 집중되는 데 대해 트럼프가 "겁을 먹었다"면서 "바로 우리가 보는 것을 그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수누누 주지사는 "헤일리는 추진력을 얻었고 트럼프는 그렇지 않다. 헤일리는 사람들을 흥분시킨다. 트럼프는 지나간 뉴스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측 슈퍼팩은 최근 뉴햄프셔주에서 민주당 예비경선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무당파 유권자들에게 헤일리가 트럼프의 주장을 매우 지지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이들이 이처럼 오히려 헤일리를 비난하지 않은 것은 공화당 예비경선에서 트럼프를 싫어하는 무당파의 표가 헤일리로 몰리는 것을 막겠다는 전술의 일환으로 알려졌다.
또 6일에는 헤일리가 아이오와주에서 연설하는 유세 현장의 전광판에 드샌티스 지지 광고가 나오는 등 공화당 경선이 어지러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NYT가 전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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