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매체 악시오스 보도…"팔 귀환, 인질협상 지렛대…단기에 어려울 것"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이스라엘이 9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에게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들이 석방되지 않는 한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지구 북부로 돌아갈 수 없다는 뜻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8일 보도했다.
중동을 순방 중인 블링컨 장관은 이날 오후 이스라엘에 도착했다.
악시오스가 인용한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 두 명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주민들이 북부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지만 블링컨 장관에게 귀환 조치가 새 인질 협상의 일부가 돼야 할 것이라고 밝힐 예정이다.
고위 당국자 중 한 명은 "인질 협상에 진전이 없다면 우리는 팔레스타인인들을 가자 북부의 집으로 돌아가게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이스라엘 고위 관리에 따르면 인질 문제를 담당하는 이스라엘 협상가들은 가자지구 주민의 북부 귀환을 새 인질 협상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포기하고 싶지 않은 중요한 레버리지(지렛대)로 생각한다고 한다.
이 당국자는 "여전히 가자지구에 이스라엘과 미국 인질이 억류돼 있다"며 "몇주 내 그들을 석방하기 위한 새로운 합의가 가능할지 아닐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이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지난해 10월 말 가자지구 지상전을 시작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의 지상 대부분을 장악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북부 주민이 피란길에 올랐다.
이후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북부에서 남부, 중부까지 확대하면서 피란민 규모는 더욱 늘어났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UNRWA)가 지난 2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가자지구 인구의 85% 이상인 약 190만명이 원래 살던 곳을 떠나 피란민이 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스라엘이 석 달 넘게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소탕전을 이어가면서 민간인 희생자가 급격히 늘어나자 미국은 이스라엘에 공세 국면 전환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이에 이스라엘군은 8일 가자지구 전쟁을 고강도 전면전에서 저강도의 타깃형 전투로 전환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 대변인은 "이달 초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주둔군 병력을 계속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을 순방 중인 블링컨 장관은 전날 이스라엘군이 저강도 작전으로 전환하면 가자지구 주민의 북부 귀환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유엔이 평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7일 카타르를 방문한 블링컨 장관은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와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전쟁으로 피란 중인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집으로 돌아가야 하며 강제 이주 압박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저강도 작전 전환이 가자지구 주민의 북부 귀환으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는 여전히 일부 지역에서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등 여건상 가자지구 주민의 북부 귀환이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이스라엘과 미국 양측이 모두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들은 블링컨 장관에게 가능하다면 앞으로 가자지구 주민들이 집으로 돌아가거나 국제기구가 마련한 대피소로 갈 수 있도록 미국·유엔과 함께 계획을 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할 것으로 예상된다.
dy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