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실적 부진·주가 하락 속 백복인 사장 4연임 도전 관심
행동주의 펀드 반발…"말장난 밀실투표"
KT·포스코 CEO 연임 제동 건 국민연금 입장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2015년 취임한 백복인 KT&G[033780] 사장이 4연임할 수 있을지를 놓고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KT에 이어 이달 앞서 포스코그룹의 차기 최고경영자(CEO) 인선 과정에서 최대주주 국민연금의 제동으로 기존 CEO의 '셀프 연임'이 잇따라 무산된 상황이다.
백 사장은 1993년 KT&G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 공채 출신으로, 2015년 10월 사장에 올랐으며 2018년, 2021년 연임했다. 2002년 KT&G 민영화 이후 최장수 사장이다.
10일 KT&G에 따르면 KT&G는 약 3개월이 걸리는 '지배구조위원회-사장후보추천위원회-이사회 보고 및 주총 승인'의 3단계 절차로 차기 사장을 선임한다.
후보군은 KT&G 내부에선 현 사장과 '고위경영자 육성 프로그램' 대상자다. 외부 인사는 서치펌 추천과 이날 마감하는 공개 모집을 통해 구성한다.
지배구조위원회는 사내와 사외의 후보군에서 심사를 거쳐 사장 후보군 롱리스트를 결정한다. 이어 공정한 심사를 위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인선자문단의 의견을 반영해 이달 말까지 사장 후보 심사대상자(숏리스트)를 선정할 계획이다.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사장 후보 심사대상자에 대한 심층면접 등을 통해 2월말까지 사장 후보자 1명을 선정해 이사회에 보고하고 주주총회에 추천한다. 이를 통해 오는 3월말쯤 주주총회에서 새 CEO가 선임될 예정이다.
시선은 국민연금에 집중되고 있다. KT 구현모 전 대표와 포스코 최정우 회장이 연임에 제동을 건 것은 국민연금이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2분기말 기준 KT&G 지분 6.31%를 보유해 기업은행, 미국계 사모펀드 퍼스트이글인베스트먼트에 이은 세 번째 대주주다.
KT&G 지분 6.93%를 보유한 최대 주주인 기업은행의 입장도 관심거리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2018년 사장 선임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백 사장 연임에 반대하기도 했다.
백 사장은 아직 연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KT&G의 이번 사장 선임 절차는 잡음 속에 진행되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는 지난주 입장문을 내고 사장 선임 절차에 대해 "말장난 밀실 투표"라고 비판했다.
FCP는 "KT&G는 사장 선임 과정이 '지배구조위원회-사장후보추천위원회-이사회 3단계'로 진행된다고 밝혔지만, 이 세 기구는 모두 백복인 현 사장 임기 내 임명된 사외이사로 구성된 사실상 동일한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또 단일 후보를 추리는 사장후보추천위의 2단계 심사 과정에는 외부 자문단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주주 추천을 도입하지 않은 것도 비판했다.
FCP 이상현 대표는 국민연금을 향해 "KT와 포스코의 연임에는 호루라기를 불어온 국민연금이 KT&G의 밀실선거는 애써 못 본 척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면서 "원칙도, 행동도 없다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FCP의 입장문에 대해 임민규 KT&G 이사회 의장은 "사장후보 선정은 주주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도 사장 후보에 도전할 수 있도록 완전 개방형 공모제를 도입했다"라고 강조했다.
'셀프 연임'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 외에도 KT&G의 실적 악화는 백 사장을 둘러싸고 논란을 낳고 있다.
KTG&의 영업이익은 2016년 1조4천688억원에서 2022년 1조2천676억원으로 감소했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3개월간 실적 전망치를 발표한 13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 KT&G의 지난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기대치)는 1조1천650억원으로 전년보다 더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백 사장 재임 기간 KT&G 주가도 내림세다. KT&G 주가는 2015년 말 10만4천500원에서 작년 말 9만1천500원으로 12.4% 하락해 같은 기간 35.4% 오른 코스피와 반대 흐름을 보였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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