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공사대금 등 일반 상거래 채권은 태영 감당 원칙
"예상치 못한 현금 수요는 계속 생길 것"…이해관계도 첨예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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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태영건설[009410]은 워크아웃 개시로 유동성 위기에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향후 수개월간 회사 운영 등을 위해 5천억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태영건설이 이 자금을 기존 자구안으로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예상치 못한 돌발 자금 수요가 발생할 경우 워크아웃 진행을 둘러싼 위기감이 재고조될 수 있다.
11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로 채권금융회사들의 채권 행사는 기업 실시 기간인 3~4개월간 유예된다.
채권단은 이 기간 기업 자산부채 실사를 거쳐 경영정상화 방안(기업개선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기업개선계획에는 PF 사업장 처리 방안, 재무구조 개선 방안, 유동성 조달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예상되는데, 채권단은 오는 4~5월 2차 협의회를 열고 이에 대한 결의 여부를 결정한다.
문제는 새로운 유동성 공급이나 재무구조 개선안이 확정되기 전 기업 운영자금을 어떻게 조달하느냐다.
워크아웃 개시로 금융채권 행사가 유예되는 것과 달리 인건비와 공사비 지급 등 일반 상거래 채권은 만기가 돌아오는 대로 갚아야 한다.
소송 채무나 창구(소매)에서 판매된 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도 행사가 유예되는 금융채권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채권단은 실사 기간 상거래 채권 변제와 일부 금융채권 이자 등에 필요한 자금 규모를 5천억원 수준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칙적으로 이러한 자금 대응은 태영그룹이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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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태영그룹이 이미 마련한 자구안으로 실사 기간 자금 수요에는 대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태영건설 입장에서 공사 대금을 지급하고 미수금을 받고 하는 과정은 계속 진행될 텐데 이 과정에서 자금수지표상 '미스 매치'가 나타날 수 있다"며 "그렇지만 이미 마련한 자구안 등으로 당장 '급한 불'은 충분히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칠게 봐도, 태영그룹이 미뤄왔던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중 잔여금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투입해 '실탄'이 장전됐으며 보유 골프장 유동화로 인한 1천억~2천억원 유입이 곧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태영건설이 은행권에서 받을 수 있는 외담대(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한도도 2천500억원가량 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기존 안으로 충분히 대응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보지만 유동성 부족 시 SBS미디어넷을 활용한 자금 조달이 바로 실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영건설은 이러한 방법으로도 유동성 부족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오너가가 보유한 티와이홀딩스[363280] 지분과 티와이홀딩스가 보유한 SBS[034120]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태영건설 실사 중 알려지지 않았던 대규모 채무가 등장하거나, 태영그룹이 기존에 공언한 자구안 이행에 미적거릴 경우 채권단과 태영 간 긴장감이 다시 고조될 수 있다.
채권단은 태영 측에 자금 보충을 요청했을 때 티와이홀딩스나 SBS 지분 담보 등을 제공하지 않으면 워크아웃을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채권단에서 신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경우 채권단 간 이해관계 조정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실사 중 예상하지 못했던 현금 수요는 계속 생기기 마련"이라며 "경영정상화 방안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이 수월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원래 워크아웃 개시보다 경영정상화 방안 수립까지의 이해관계 조정이 더 어렵다"며 "헤어컷(채권 가격·금리 조정) 문제와 관련한 고통 분담이 따를 수 있기 때문에 채권자 간 싸움, 채권자와 주주 간 싸움 등 다양한 문제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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