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 예멘 친이란 반군 연일 폭격…'가자전쟁 확전' 현실화
"이란도 원치 않은 결과…이제 문제는 강도와 억제 여부"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의 불길이 중동 여타 지역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려던 미국의 노력이 결국 실패로 돌아간 것으로 평가된다.
레바논과 시리아, 이라크에선 이스라엘과 미군을 겨냥한 친이란 무장세력의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12일(현지시간)에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을 빌미 삼아 홍해 국제항로의 안보를 위협해 온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을 미국과 영국이 폭격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역내 분쟁이 벌어질 것인지와 관련해선 더는 궁금해할 것이 없다. 그건 이미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이 신문은 "이건 아마도 이란을 포함해 그 누구도 원치 않았던 결과일 것"이라면서 "이제 가장 큰 문제는 분쟁의 강도와 억제 가능 여부"라고 말했다.
영국 BBC 방송의 제러미 보웬 국제 에디터도 "가자 전쟁이 중동 여타지역으로 확전할 위험성에 대한 이야기를 멈출 때다. 그건 이미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중동 전쟁'이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한 수준은 아닌 만큼 아직은 더 이상의 확전을 막을 수 있다는 희망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이 12일과 13일 이틀에 걸쳐 30여개소에 이르는 후티 반군 군사시설을 폭격한 것은 이들을 대하는 미국의 전략이 명백히 전환됐음을 시사한다.
작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전쟁이 벌어진 이후 미국은 중동내 친이란 무장세력들의 잇단 준동에 신중한 대응으로 일관해 왔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이란을 필두로 한 중동내 반미·반이스라엘 세력과의 국제전으로 확대돼 미국이 휘말릴 수밖에 없게 되는 상황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란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도 미국의 본격적인 군사개입을 초래하지 않도록 하마스에 대한 지원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문제는 '저항의 축'으로 불리는 중동의 친이란 무장세력들에 대한 이란 정부의 영향력이 생각만큼 확고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미 정보기관은 이란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을 사전에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해왔다. 보웬 에디터는 "이란으로부터 무기를 얻고 있지만 이들은 이란의 하수인이라기보단 동맹으로 생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NYT는 이런 무장세력의 수장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레드라인'이 어느 수준에 설정돼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을 수 있다면서 미국이 대규모 공습에 나설 수밖에 없도록 상황을 몰고 간 후티반군을 대표적 사례로 언급했다.
후티 반군은 미국과 서방 각국의 경고를 무시한 채 작년 11월부터 27차례에 걸쳐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공격했다.
그런데도 미국은 직접적 군사개입을 꺼려왔으나, 후티 반군이 지난달 31일 홍해상에서 미군 헬기에 총격을 가한 데 이어 이달 9일 미국 화물선을 미사일과 자폭 무인기로 공격하면서 더는 다른 선택지가 없게 됐다는 것이 미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 공습에도 후티 반군의 위협이 불식되긴 힘들어 보인다.
이란이 전면에 등장하진 않겠지만 이라크와 시리아내 미군기지에 대한 현지 친이란 무장세력의 공격이 더욱 격렬해질 가능성도 있다.
보웬 에디터는 "후티 반군 역시 2015년부터 작년까지 사우디아라비아의 공습을 받아 온 만큼 다시 공습을 받았다고 위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상황이 과열되고 미군이 반격한다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면전을 막으려는 미국의 외교적 노력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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