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석 민진당·52석 국민당 모두 과반 실패' 구도서 캐스팅 보트 쥐게 돼
"대만 2030 세대, 거대담론 아닌 민생 이슈에 관심…실용 노선 커원저와 공명"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13일 치러진 대만 대선과 총선을 계기로 커원저가 이끄는 대만민중당(민중당)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커 후보가 대선 주자로 선전하며 수십년 이어진 민주진보당(민진당)-국민당 양당 구도에 파열음을 낸 것은 물론, 총선에서는 8석으로 약진하며 의회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기 때문이다.
14일 대만 중앙선거위원회에 따르면 민중당 주석(당수)이자 대선 후보였던 커원저는 전날 선거에서 총 369만표(득표율 26.46%)를 얻어 3위를 기록했다.
대선에 승리한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 득표율 40.05%나 2위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의 33.49%에는 못 미쳤지만 양당 소속 아닌 후보로 확실한 존재감을 과시했다는 평가다.
주목되는 건 의회 의석이다. 민중당은 기존 입법원(국회) 의석 5석을 8석으로 늘렸다.
거대 양당이 총선에서 51석·52석을 기록, 과반수 달성에 실패하면서 민진·국민 어느 당이든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민중당의 8석이 절실해졌다.
당장 입법원장(국회의장) 결정권부터 사실상 민중당 역할이 중요해졌다.
민중당은 창당 후 첫 선거였던 직전 2020년 총선에서 5석을 얻었다. 이때만 해도 민진당이 61석으로 과반 의석을 따냈기 때문에 민중당은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선 불과 3석이 늘었을 뿐인데 '몸값'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었다.
대만 원로 언론인 천궈샹은 대만 포털 야후에 게재한 논평에서 "대만은 이제부터 집권당이 국회에서 안정적인 다수를 확보하지 못하는 정치적 신시대에 진입할 것"이라며 "제3당 민중당은 입법원의 결의를 좌우할 수 있고, 양대 정당의 전략적 동맹 대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거 결과는 대만이 이제 다당 정치의 시대로 들어갔음을 보여주고, 앞으로 양대 정당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제3당과 합종연행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민중당 지지 기반을 2030 청년층으로 꼽는다.
민진당과 국민당의 '미중 대리전'으로 규정되며 '전쟁과 평화' 등이 선거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된 가운데 고(高)물가와 성장 둔화 같은 '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염원하는 대만 젊은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표로 흡수했다는 것이다.
커 후보 본인이 소셜미디어(SNS)를 능숙하게 다루면서 가볍고 유머러스한 어투로 낮은 임금, 높은 집세와 씨름하는 대만 젊은이들에게 공감을 표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민중당의 인기는 인터넷 공간을 벗어나면 힘을 못 쓸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커 후보의 대선 최종 지지율은 10% 후반대∼20% 초반대 였던 여론조사 수준을 훌쩍 넘었다. 젊은 유권자들의 표가 이탈하지 않고 오히려 실제 투표로까지 이어진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성균중국연구소는 이날 발표한 '2024 대만 선거 특별 리포트'에서 "대만 청년 세대는 거대 담론으로서의 '전쟁 대 평화' 혹은 '민주 대 독재'보다는 일자리, 저임금, 주거 문제 등 민생 이슈에 더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기성 정치인과 다른 스타일을 보이며 실용주의 노선을 채택한 커원저 후보에게 공명을 일으킨 것"이라고 짚었다.
대만 정부 수립 전부터 권력을 쥐고 있던 국민당과, 국민당 '독재'에 맞선 반대운동으로 1986년 창당된 민진당의 양자 경쟁 구도가 신세대 유권자들에겐 더는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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