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상 선박정보에 "무장경비 탑승" 경고문 띄우고 위치추적기 꺼
"이스라엘과 관계 없음" 호소도…전문가 "효과 불확실"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홍해를 지나는 민간 선박들을 노리는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이 갈수록 거세지자 일부 화물선들이 '선원 모두 중국인' 등 문구를 내걸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이런 화물선들은 마린 트래픽 등 선박 위치 추적 사이트상의 선박 정보에 이러한 내용을 적어넣고 있다.
예컨대 지난달 21일 러시아 무르만스크 항을 출항해 이동 중인 마셜제도 선적의 한 화물선은 목적지를 적는 칸에 '이스라엘과 연관 없음/무장 경비'(NOCONWISRAEL/ARMGUAR)란 메시지를 띄워놓았다.
후티 반군이 중국과 러시아 선박은 공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을 염두에 둔 듯 탑승자 전원이 중국인이라고 주장하거나,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꺼 위치를 숨긴 채 이동하는 선박도 있었다.
미국 텍사스에서 출발해 이집트 포트 사이드까지 항해하는 '퍼시픽 메리트' 호는 이달 16일 오후 2시 48분께 수에즈 운하에 진입하면서 배의 목적지 정보를 '이스라엘인과 연관 없음'(NO Link Israeli)로 바꾼 뒤 AIS 추적 시스템을 껐다.
이달 13일 홍해를 지난 유조선 '시 뷰티' 호도 당초 싱가포르를 배의 목적지로 띄워뒀으나 오후 11시 26분께 이를 '무장 경비 탑승'이라는 문구로 바꿨다.
이 배 역시 AIS 추적 시스템을 끈 채로 홍해를 항해했다.
스카이뉴스는 후티 반군이 화물선을 공격하기 시작한 작년 11월 이후 얼마나 많은 배가 이런 모습을 보였는지 구체적으로 알 방법은 없지만, 최근 10일 동안에만 최소 50척이 목적지 표기를 변경한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는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홍해를 지나는 선박들을 납치하거나 미사일과 자폭 드론(무인기) 등으로 공격해 왔다.
이들은 이스라엘과 관련이 있는 배만 표적으로 삼는다고 주장했으나 사실상 무관한 선박들도 잇따라 피해를 봤다.
이에 미국 주도의 다국적 함대가 이달 12일부터 예멘 내 군사시설에 대한 폭격을 개시했으나 후티 반군은 홍해를 지나는 상선에 대한 공격에 오히려 박차를 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전문가들은 선박 위치 추적 사이트상의 선박 정보에 삽입된 경고문이 후티 반군의 공격을 막는 데 어느 정도나 효과가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해양 위험 관리 전문가인 크리스토퍼 패리는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초기에는 후티 반군이 조금이라도 이스라엘과 연관이 있는 선박을 확인하려고 했지만, 최근에는 이를 가리지 않고 거의 아무 배나 공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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