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착륙에도 태양전지 문제로 웃지 못한 日…"겨우 합격인 60점"

입력 2024-01-20 11:13  

달 착륙에도 태양전지 문제로 웃지 못한 日…"겨우 합격인 60점"
착륙시 '마의 20분' 넘겼지만 태양전지 작동 안해…"배터리로는 몇시간 못버텨"
착륙 2시간 지나서야 기자회견…프로젝트 책임자는 '불참', 참석자들은 굳은 표정
태양 기울기 따라 전지 회생 가능성도…"달 표면에 접근할 길 열려"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이 20일 세계에서 5번째로 달 착륙에 성공했지만, 탐사선의 태양전지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프로젝트를 주도한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에는 침통한 분위기가 흘렀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교도통신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JAXA는 이날 0시 20분께 달 탐사선 '슬림'(SLIM)이 착륙했음에도 2시간 가까이 지난 오전 2시 10분께서야 기자회견을 열었고, 회견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프로젝트 책임자는 불참했다.
JAXA 관계자는 기자회견에서 "슬림이 20일 0시께 달 상공 15㎞에서 강하를 시작해 약 20분 뒤 달 적도 부근 표면에 착륙했고, 연착륙에 성공했다"며 "데이터를 정상적으로 지구에 보내고 있으며 대체로 잘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슬림이 달 표면에 도달한 뒤 지구와 통신은 되지만 태양전지로 발전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슬림은 착륙 과정에서 맹렬한 속도를 급격히 줄여야 하는 '마(魔)의 20분'을 잘 넘긴 것처럼 보였으나, 잠시 후 태양전지가 발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착륙할 때 기체의 자세가 흐트러져 태양전지에 태양광이 닿지 않는 상태가 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이 신문은 "JAXA는 슬림을 살리기 위해 '배터리 모드'로 전환했다"며 "배터리는 몇 시간밖에 쓸 수 없어 비행 중에 촬영한 영상을 송신하는 작업 때문에 책임자가 기자회견에 나올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후지모토 마사키 JAXA 우주과학연구소 부소장은 기자회견에서 "빨리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다"며 "데이터를 얻기 위해 초조한 상황이라 좀처럼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슬림은 애초 달에 착륙한 뒤 태양전지로 발전해 특수 카메라로 달 표면 암석에 포함된 광물 종류 등을 조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태양전지가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않으면 며칠 동안 운용할 예정이었던 슬림은 몇 시간 만에 멈춰 버릴 수도 있다.
다만 태양의 기울기가 변해 태양전지에 햇빛이 닿으면 배터리가 소진되더라도 슬림이 다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아사히는 짚었다.
야마카와 히로시 JAXA 이사장은 "최저한의 성공은 했다"며 "일단 착륙했다는 것으로 달 표면에 접근할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점수를 평가해 달라는 요청에 "겨우 합격인 60점"이라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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