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샌티스 사퇴에 친트럼프 대 반트럼프 대결 구도 '후끈'…막판 세결집으로 열기 고조
트럼프, 디샌티스 치켜세우며 헤일리 공세 강화…헤일리 "이제 양자 대결"
뉴햄프셔에서 사실상 '트럼프 대관식' 결판이냐, 헤일리 재기 발판 마련이냐 분수령
(로체스터·엑스터·에핑[美뉴햄프셔주]=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디샌티스 사퇴로 9% 포인트가 더 올라 트럼프가 60% 넘을 수 있다"(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
"모멘텀이 계속 쌓이고 있으며 경선이 박빙으로 가고 있다. 이길 수 있기를 희망한다"(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 지지자)
공화당 대선 프라이머리(예비경선)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21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의 선거 열기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체감 온도 섭씨 영하 10도의 강추위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자들이 유세 현장에 몰리면서 3~4일 전 유세 현장을 찾았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우리는 트럼프를 원한다(We want Trump)", "니키! 니키!"와 같은 지지자들의 구호가 두 후보의 유세 현장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등 뚜렷한 세결집 흐름에 맞물려 지지 강도도 한층 강화됐다는 것도 확인됐다.
특히 경선 출발지인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2위를 기록하며 헤일리를 앞질렀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이날 오후 사퇴로 공화당 경선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헤일리 전 대사간 양자 대결로 좁혀지면서 대립 전선도 사실상 '친(親)트럼프 대 반(反)트럼프'로 선명해졌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과 헤일리 전 대사간 대립각도 한층 가팔라지고 있다.
당장 디샌티스 주지사의 지지 선언을 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저녁 7시께 로체스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유세에서 디샌티스 주지사에게 사의를 표하고 헤일리 전 대사를 민주당 지지를 받은 반(反)공화당 후보로 규정하면서 대립각을 세웠다.
전날까지만 해도 '론 디생크터모니어스(DeSanctimonious)'라는 별명을 부르며 디샌티스를 조롱했던 그는 "그는 훌륭한 대선 캠페인을 했다"라면서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라면서 추켜세웠다. 선거 운동을 같이한 디샌티스 주지사의 아내에 대해서도 "매우 훌륭한 사람"이라면서 칭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저는 디샌티스 및 다른 사람들과 함께 부패한 조 바이든을 물리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한 뒤 비벡 라마스와미·팀 스콧 전 경선 후보 등을 거론하면서 "비벡도, 스콧도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우리한테 오고 있다"라면서 자신의 대세론을 부각했다.
그는 헤일리 전 대사에 대해서는 "급진 좌파 민주당원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재차 거론하면서 공세를 강화했다.
특히 헤일리 전 대사가 강조하는 본선 경쟁력과 관련, "헤일리가 잘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그는 매우 저조하게 하고 있으며 많은 차이로 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헤일리 전 대사를 "미국을 가장 나중에 생각하는, 지는 후보"라고 규정하면서 깎아내렸다.
헤일리 전 대사는 엑스터 고등학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비슷한 시간에 열린 유세에서 시작과 동시에 "소리가 들리느냐"면서 "그것은 두 사람이 대결하는 소리"라고 자문자답했다. 이는 디샌티스 주지사가 사퇴하면서 그동안 희망했던 '일대일 대결 구도'가 만들어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는 그러면서 "혼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따라다닌다"라면서 "무질서(disarray)와 불타는 세상에서 4년간 더 혼란을 겪으면 우리는 살아남을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헤일리 전 대사는 "바이든뿐만 아니라 트럼프와 똑같은 일을 더 겪고 싶으냐"라고 말하면서 "그들은 미래에 대한 비전을 단 하나도 보여주지 않았다"라면서 세대교체론을 거듭 내세웠다.
그는 "나는 트럼프와 바이든을 이길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 일을 함께 할 수 있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디샌티스 주지사의 사퇴에 대한 별도 성명에서도 "(아이오와주에서) 절반의 표는 트럼프에게 갔지만 나머지 절반은 아니다"라면서 "미국은 대관식의 나라가 아니며 유권자들은 트럼프와 바이든의 길을 다시 갈지, 새로운 보수의 길을 갈지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낮 유권자들을 만나기 위해 시브룩의 한 식당을 찾은 자리에서 디샌티스 주지사의 사퇴 소식을 듣고 손가락으로 '브이(V)' 표시를 한 뒤 "이제 남자 한명과 여자 한명만 남았다. 최고의 여자가 승리하길 바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뉴햄프셔주 경선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헤일리 전 대사 지지자들의 결집도 이전과 달라진 모습이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지지자들은 디샌티스 주지사의 지지 선언으로 압도적 대세론을 완전히 굳힐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맨체스터 유세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오후 3시께부터 줄을 서면서 대기한 댄 플랜(49·남)씨는 디샌티스 주지사의 사퇴에 따른 영향을 묻는 말에 "디샌티스의 사퇴로 9%포인트를 더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50% 초반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프라이머리에서 60%를 넘는 지지를 받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헤일리 전 대사가 바이든 대통령과의 양자 가상대결에서 크게 이기는 여론조사를 토대로 본선 경쟁력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건 두 달여전 조사이고 민주당 지지자들이 장난을 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맨체스터 유세에도 입장 대기 줄이 수백m 가량 이어졌다. 3시간 넘게 기다린 사람들도 오페라하우스 정원(700명) 초과로 입장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행사장 주변에는 반(反)트럼프 단체인 '링컨프로젝트'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트럼프 전 대통령 등의 사진이 돌아가면서 나오는 전광판 차량을 운행했다. 차량에서 "신은 우리를 시험하기 위해 독재자를 만들었다" 등과 같은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자 트럼프 지지자들은 "그런 것은 우리한테 안 통한다"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유세 행사장 상공에는 이날 낮 경비행기가 '멜라니아는 안다'는 배너를 달고 원을 그리면서 비행하기도 했다. 멜라니아는 안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인인 멜라니아가 유세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의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유세 현장에서 만난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자들도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헤일리 전 대사를 만나기 위해 에핑의 한 식당을 찾은 로렌 글로워키(66·여)씨는 식당 앞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4년 전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트럼프에게 투표했지만, 이제는 정말 트럼프는 물론 바이든에게 투표하고 싶지 않다. 두 사람 다 질린다"라면서 "나는 어느 쪽에도 극단적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도 성향의 후보를 원하는데, 헤일리는 정말 좋은 후보다"라고 말했다.
그는 헤일리 전 대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길만큼 충분히 표를 확보했다고 보느냐는 말에 "헤일리의 모멘텀은 지금도 계속 축적되고 있으며 주변의 공화당원은 물론 무소속들도 헤일리에 투표하겠다는 사람이 많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헤일리 전 대사의 승리 가능성을 질문에는 "이제는 박빙 상태다"라면서 "나는 정말 헤일리가 이기길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헤일리 지지 의사를 밝힌 로빈 스튜워트(67·여)씨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앞서는 것으로 나오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말에 "사람들은 트럼프를 믿을 수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여론조사 전화에) 너무 많은 것을 말하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밝혔다.
solec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