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서 홀로코스트 추모일에 '팔레스타인 집회' 논란

입력 2024-01-25 21:36  

이탈리아서 홀로코스트 추모일에 '팔레스타인 집회' 논란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인 오는 27일(현지시간) 이탈리아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집회가 예고돼 논란이 되고 있다.
이탈리아 유대인 공동체 대표들은 이 집회가 반대유대주의 움직임으로 번질 것을 우려하며 정부에 집회를 금지해달라고 촉구했다.
25일 현지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따르면 이탈리아 팔레스타인 학생 운동 등이 주최하는 이번 집회는 27일 로마와 밀라노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로마 집회 참가자들은 비토리오 광장에서 시작해 산 조반니 광장까지 행진하며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대량 학살 중단을 요구할 예정이다.
주최 측은 성명에서 "이스라엘 집단학살(홀로코스트)에 대해서는 가슴을 치며 분노하면서도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고 눈 감는 시스템의 모든 모순과 위선을 폭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홀로코스트의 희생자들을 깊이 기린다"며 "하지만 1월 27일은 진실과 정의, 일관성을 기억해야 하는 날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빅토르 파드룬 로마 유대인 공동체 회장은 이날 "반유대주의 행진이 진행된다면 모두에게 패배가 될 것"이라며 "홀로코스트의 상처를 헤집고 공공질서와 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침공한) 지난해 10월 7일, 독일 나치 시대 이후로 볼 수 없었던 반유대주의 학살이 벌어진 상황에서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에 어떻게 집회가 승인됐는지 납득이 안 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발케르 메그나기 밀라노 유대인 공동체 회장 역시 27일 밀라노에서 예정된 친팔레스타인 집회를 금지해달라고 당국에 요청했다.
그는 이 집회를 "불안한 계획"이라고 규정하며 "이스라엘이 없는 지도를 상징으로 하는 단체가 집회 주최 측에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오는 27일은 유엔이 정한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이다.
유엔은 폴란드에 세워진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가 미국·영국 연합군에 의해 해방된 1945년 1월 27일을 기념하기 위해 2005년 총회에서 이날을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로 지정했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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