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경기 침체·SVB 파산 등 겹치며 투자 '반토막'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지난해 스타트업들이 유치한 투자금이 재작년의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스타트업 민간 지원 기관인 스타트업 얼라이언스는 지난해 공개된 스타트업들의 투자(금) 유치를 자체 조사한 결과 투자 유치 건수는 1천284건, 투자 유치금은 5조3천388억원으로 집계됐다고 26일 밝혔다.
재작년 실적과 견줘 투자 건수는 27.3% 줄었고, 특히 투자금은 52.1%나 감소했다.
이처럼 스타트업들이 '투자 혹한기'를 겪은 이유는 고금리와 경기 침체의 여파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해 3월 미국에서 스타트업 특화 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으로 금융시장이 경색되고 벤처 투자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것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천억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은 토스뱅크(2천850억원), 무신사(2천800억원), 비욘드뮤직(2천억원), 리벨리온(1천700억원), 오케스트로(1천300억원), 대영채비·컬리(각 1천200억원), 디스트릭트·한국신용데이터(각 1천억원) 등 총 9곳이었다.
2022년(23건)과 비교해 60.9%나 줄었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는 "지난해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며 대규모 투자가 대폭 감소했다"면서도 "10억원 미만의 투자 건수가 전체 투자 건 중 63%(817건)를 차지하며 초기 투자가 강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또 하나의 특징은 오픈AI의 챗GPT 열풍과 함께 인공지능(AI)·반도체 분야가 주목받았다는 점이다.
제조 분야에서 데이터처리가속기(DPU·Data Processing Unit) 반도체를 개발하는 망고부스트가 700억원, 맞춤형 반도체 설계 설루션 기업 세미파이브가 680억원을 투자받았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AI 정밀의료 서비스 기업 임프리메드와 뇌질환 AI 영상 진단 설루션 뉴로핏이 각각 300억원, 200억원을 유치했다.
또 콘텐츠 분야에서 영상 초거대 AI 기업 트웰브랩스가 한국 스타트업으로는 최초로 엔비디아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작년에 투자금을 회수(Exit)한 스타트업은 인수·합병(M&A)이 53건, 상장(IPO)이 9건이었다. 2022년과 비교해 M&A가 126건에서 53건으로 57.9%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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