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관련 혐의 부인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알베르토 후지모리(85) 전 페루 대통령의 '오른팔'로 잘 알려진 전 국가정보국 수장이 반군 학살과 관련한 자신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29일(현지시간) 페루 안디나통신과 일간지 엘코메르시오에 따르면 페루 고등법원은 후지모리 정부(1990∼2000년)에서 국가정보국장을 지낸 블라디미로 몬테시노스(78) 측이 1992년 반군 6명 납치 및 살인 혐의 사건 재판 변론 종결을 신청했다고 발표했다.
페루 법원은 관련 사실을 소셜미디어에 전하며 "31일 선고 공판을 열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엘코메르시오는 검찰이 몬테시노스에 대해 징역 25년을 구형했으나, 변호인 측은 피고인이 살인과 마약 및 무기 밀매 등 60여건의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2001년부터 22년 넘게 수감돼 있는 만큼 형량을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파티빌카 학살'로 명명된 이 사건은 정확히 32년 전인 1992년 1월 29일 페루 중부 파티빌카 마을에서 당시 준 군사 암살 전문 조직이었던 '콜리나 그룹'에 의해 자행됐다.
콜리나 그룹은 마오주의(마오쩌둥 사상)를 기치로 내건 반체제 반군 '빛나는 길'(Sendero Luminoso)과 연계된 것으로 전해진 6명을 강제로 끌고 가 잔인하게 고문하고 살해한 바 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몬테시노스 전 국장은 후지모리 전 정권에서 각종 정보 공작을 지휘했던 인물이다. '막후 실세' 또는 '안데스의 라스푸틴'이라는 별명을 가졌다. 라스푸틴은 과거 제정 러시아의 몰락을 앞당긴 것으로 알려진 요승이다.
한편, 페루 법원은 몬테시노스 전 국장과 함께 기소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또 다른 피고인인 니콜라스 에르모사 전 육군참모총장 등과 함께 법정 다툼을 계속할 전망이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2017년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85) 전 대통령의 사면을 복권한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반인도적 범죄로 25년 형을 받고 복역 중이던 교도소를 지난 달 출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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