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493표 vs 반대 30표…내달 '보수 장악' 상원 심사 관건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프랑스에서 여성의 낙태권을 헌법에 명문화하는 작업이 '첫 관문'인 하원을 무난히 통과했다.
프랑스 하원은 30일(현지시간) 여성의 낙태권을 명시한 헌법 개정안 초안을 찬성 493표, 반대 30표로 승인했다고 AP 통신과 미국 CNN 방송이 보도했다.
개정안은 헌법 제34조 '법률 규정 사항'에 '여성이 자발적으로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조건을 법으로 정한다'는 문구를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원을 통과한 개정안은 다음 달 상원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만약 개정안이 동일한 내용으로 상원을 통과한 뒤 마지막 절차인 양원 합동 특별회의에서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얻는다면 헌법이 개정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의 헌법 개정은 대부분 의회 표결로 승인됐다.
이렇게 개헌 절차가 완료되면 프랑스는 여성의 낙태권을 헌법에 명시한 첫 번째 국가가 된다.
다만 상원을 장악하고 있는 보수 공화당 의원 일부가 개정에 반대하고 있어 상원 통과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공화당 소속 제라르 라르셰르 상원 의장을 비롯한 몇몇 보수 의원들은 프랑스에서는 낙태권이 위협받고 있지 않다며 헌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프랑스의 이번 헌법 개정 시도는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낙태권 퇴보 흐름에 반대해 이뤄지고 있다.
1975년 낙태죄를 폐지한 프랑스는 일반 법률로 낙태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2022년 미국 연방 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폐지한 것을 비롯해 헝가리, 폴란드 등에서도 낙태권을 제한하는 움직임이 이어지자 프랑스에서도 낙태권을 법률로만 보장하는 것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헌법 개정을 지지하는 의원들은 미국에서 벌어진 일이 프랑스에서도 반복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며 낙태권을 헌법에 명시해 이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2022년 재선에 성공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여성의 낙태권 헌법 명시를 공약했다.
마크롱 정부는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8일에 맞춰 양원 특별 합동 회의를 열고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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