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정치인, 추천 사실 공개…"70년 넘게 중대한 임무·가자주민 생명줄"
'하마스 연계설'로 20개국 지원 중단…"이달말 활동 중단될 수도"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최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연계설로 활동 중단 위기에 놓인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가 올해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됐다고 AFP 통신 등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노르웨이 노동당 의원이자 외교위원회 부위원장인 아스문드 아우크러스트는 자신의 X(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2024년 노벨 평화상 후보로 UNRWA를 추천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들은 수십 년간 가자지구에서 가장 중요한 인도주의 단체로 일해왔다"면서 "이제 그들은 팔레스타인인 수백만 명의 생명줄"이라고 썼다.
그는 앞서 노르웨이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도 UNRWA가 "팔레스타인에 없어서는 안 될 지원을 하기 위해 장기간 해온 일"을 들어 후보로 추천했다면서 "이것은 70년 넘게 이어진 중대한 임무이며, 최근 3개월 동안 훨씬 더 간절해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추천은 UNRWA가 하마스와 연계설에 휩싸인 가운데 나온 것이다.
앞서 이스라엘이 지난해 10월 하마스가 감행한 기습에 UNRWA 일부 직원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이 줄줄이 UNRWA에 재정 지원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UNRWA는 1948년 5월 유대인들의 이스라엘 건국 선포로 촉발된 1차 중동 전쟁으로 인해 고향을 잃은 팔레스타인인 70만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이에 따라 UNRWA는 가자지구에서 약 1만3천명을 고용해 학교와 의료·구호시설을 운영하고 지원품을 배분해왔으며, 이번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길어지면서 사실상 봉쇄된 가자지구 주민에겐 유일한 생명줄이기도 하다.
필립 라자리니 UNRWA 집행위원장은 1일 현재 거의 20개국에서 4억4천만 달러(5천800억원)의 자금 지원을 중단했으며, 이에 따라 2월 말에는 중동에서 활동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자금 지원이 계속 중단된다면 가자를 포함한 지역에서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올해 평화상 후보 추천 접수를 마감했다.
노벨위원회는 평화 문제를 연구하는 학계와 국회의원, 역대 수상자 등 후보 추천권이 있는 개인과 단체로부터 평화상 후보를 추천받는다.
노벨위원회가 접수된 후보를 공개하지는 않지만, 추천인이 직접 누구를 추천했는지 공개하는 것은 가능하다.
지금까지 알려진 후보로는 각각 가자지구, 우크라이나 전쟁과 맞물려 평화 활동 단체가 주로 꼽혔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 교수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 노력을 인정해 중동지역 평화단체인 '에코피스'(EcoPeace)와 '워먼 웨이지 피스'(Woman Wage Peace), '워먼 포 더 선'(Woman For The Sun)을 추천했다.
가자지구의 실상을 영상으로 담아온 팔레스타인 비디오 저널리스트 모타즈 아자이자도 후보로 추천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양심적 병역거부자 보호 활동을 해온 '러시아 양심적 병역거부자 운동'(RMCO)과 '우크라이나 평화주의 운동'(UPM), 벨라루스의 '아워 하우스'(Our House)도 후보 명단에 올랐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재임 시절 이스라엘과 중동 간 '아브라함 협약'을 끌어냈다는 이유로 추천을 받았다.
중국에 압박이 될만한 후보 추천도 이어졌다.
미국 의원 2명은 홍콩에서 반중 목소리를 내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지미 라이 빈과일보 사주를 포함해 중국 반체제 인사 4명을 후보로 초청했다고 1일 밝혔다.
여기에는 중국 소수민족 위구르족 활동가 일함 토흐티, 인권 변호사인 딩자시, 쉬즈융이 포함됐다.
또 프란치스코 교황,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인 옌스 스톨텐베르그 등도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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