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세르비아 의회가 6일(현지시간) 개원했지만 부정선거 논란 속에 첫날부터 파행으로 얼룩졌다.
로이터, AFP 통신에 따르면 이날 의회 개원식에서 야당 의원들은 의장석 주변에 모여 '선거 무효화', '선거를 훔친 당신들'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펼쳐 들고 여당 의원들을 향해 휘파람을 불고 야유를 퍼부었다.
'마피아 두목'이라고 적힌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의 사진을 든 야당 의원도 있었다.
부정선거 의혹을 규탄하는 야당과 이를 반박하는 여당 사이에 원색적인 비난과 막말이 오갔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야당 의원들은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의미로 의사당 대신 로비에서 의원 선서를 했다.
야당 의원인 미로슬라프 알렉시치는 "우리는 이번 선거를 무효화하고 선거 도둑들을 감옥에 가두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인 세르비아혁신당(SNS)의 밀로스 부세비치 대표는 "우리는 세르비아 국민이 위임한 우리의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맞섰다.
지난해 12월 17일 치러진 세르비아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여당 SNS는 46.75%를 득표하며 전체 220석 가운데 129석을 차지해 단독 재집권에 성공했다.
제1야당 연합 '폭력에 반대하는 세르비아'(SPN)는 23.66%의 득표율로 65석을 얻는 데 그쳤다.
승리를 자신했던 수도 베오그라드 지방선거에서마저 패한 야권은 집권당이 선거 과정에서 광범위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세르비아계 보스니아인들이 집권당이 제공한 버스를 타고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투표했다는 목격담이 퍼지면서 부정선거 의혹이 커졌다.
국제선거감시단도 투표 과정에서 매표와 투표용지 조작 등 일련의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일부 서방 국가도 선거 과정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해 12월 24일에는 부정선거 규탄 시위대가 베오그라드 시의회 창문을 부수고 진입하려다가 경찰에 저지당하면서 38명이 체포되는 등 반발은 커져 갔다.
그러나 부치치 대통령과 여당 SNS는 이러한 의혹을 일체 부인하고 예정대로 이날 국회를 개원했다.
야당은 투표 결과를 무효로 해달라며 헌법소원을 냈으나 헌법재판소는 최근 이를 기각했다.
유럽의회는 오늘 8일 세르비아 선거와 관련해 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결의안 자체는 구속력이 없지만 결의안에 채택되면 야권의 재선거 요구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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