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미군 초기 평가 보도…"격추 가능 방공시스템도 없어"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지난달 친이란 민병대가 드론(무인기)으로 요르단 미군 주둔지를 공격했을 당시 미군이 드론 접근 사실을 감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군은 이번 공격에 대한 초기 평가에서 친이란 민병대 드론의 낮은 비행 고도 때문에 문제의 드론을 놓쳤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국방 당국자가 WP에 전했다.
또 다른 미국 당국자도 미군은 해당 드론이 감지되기에는 너무 낮게 비행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레이더에 탐지되는 것을 최소화하거나 피하기 위해 아주 낮게 비행하는 것은 드론, 항공기 조종에 있어 흔한 전략이다.
이 같은 예비 평가는 미군이 이번 공격을 막지 못한 것은 적군 드론을 아군의 것으로 혼동했기 때문이라는 앞선 주장과는 다른 것이다.
앞서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AP 통신 등은 미군 드론이 임무 수행 후 기지로 복귀하던 시점에 친이란 민병대의 드론이 침투하면서 미군이 아군기인지 적군기인지 구별을 못 했다는 미 당국의 판단을 전한 바 있다.
WP는 또 공격받은 미군 주둔지 '타워 22'는 드론과 같은 공중 위협을 격추할 수 있는 무기를 갖추고 있지 않았으며, 대신 적기의 기능을 무력화하거나 이동 경로를 방해하는 전자전 장비에 의존했다고 같은 국방 당국자를 인용해 전했다.
이 국방 당국자는 해당 주둔지는 상대적으로 위협 수준이 낮은 환경으로 여겨졌다면서 "이는 대다수 위협과 (이란 대리 세력) 공격의 99%가 이라크와 시리아에 있는 시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 기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공격의 여파로 요르단 기지의 방위 태세가 변경됐다면서도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 같은 예비 조사 결과는 미국 국방부가 중동에 배치된 미군이 처한 위협에 대응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의문을 제기한다고 WP는 평가했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시작된 이후 중동에서는 주둔 미군을 상대로 한 친이란 무장단체의 공격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군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 요르단 공격이 처음이었다.
지난달 27일 밤 시리아 국경과 가까운 요르단 북부 미군 주둔지 '타워 22'에서는 친이란 민병대의 드론 공격으로 미군 3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부상했다.
그러나 공격 당시 이 기지에서는 적군 드론을 격추하려는 방어 시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중동과 이집트, 서아시아 등을 담당하는 미군 중부사령부는 요르단 주둔지 공격을 감행한 친이란 민병대가 해당 기지의 방어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보는지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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