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철군 협상, 개시 하루 만에 요르단 기지 미군 사망으로 스톱
"이라크는 미-이란 경기장 아냐"…유엔 "이라크 타격, 역내 안정 위협" 우려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이라크가 지난달 요르단 미군 기지에서 발생한 미군 사망 사고로 중단됐던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를 위한 협상을 재개할 것을 미국측에 촉구했다.
푸아드 후세인 이라크 외무장관은 6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통화에서 미국이 주축이 된 이라크내 국제동맹군의 앞날과 관련한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라고 강조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지난해 8월 국제동맹군의 주둔 일정을 정할 고등 군사위 설치에 합의한 양국은 지난달 27일 본격적인 철군 일정 조율을 위한 협상을 개시했다.
그러나 협상이 개시된 지 채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요르단의 미군 기지에서 친이란 민병대의 공격으로 미군 병사 3명이 사망하면서 논의는 현재까지 중단된 상태다.
2011년 이라크에서 전쟁을 끝내면서 현지 병력을 완전히 철수했던 미국은 3년 뒤인 2014년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 내에서 세력을 확장하자 이라크 정부의 요청을 받고 다시 파병했다.
IS가 사실상 쇠퇴한 현재 이라크 내에는 미군 병력 약 2천500명이 주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으로 중동 내 반미 정서가 커지자 이라크에서 미군 철수 여론도 높아졌다.
무함마드 시아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 역시 IS가 패배하면서 미군이 할 일은 이제 끝났다면서 철군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최근 이라크, 시리아에 있는 친이란 민병대를 겨냥한 보복 공격도 벌이자 이라크는 영토 주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후세인 장관은 이날 통화에서 이라크 영토 내에서 벌어진 미군의 보복 공격에 대해 이라크 정부의 확실한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이라크는 라이벌 국가들 간의 보복 공격을 위한 경기장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난해 미국이 이라크 은행을 상대로 달러 거래를 금지한 것에 대해서도 "정치적 이유"로 이뤄진 결정이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하며 제재 결정 재고를 요구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해 7월 달러 불법 거래 단속을 이유로 이라크 은행 14곳에 대해 제재를 가했다.
이날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는 최근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지속되는 미국과 친이란 민병대의 공격 행위가 중동 내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제닌 헤니스 플라스하르트 이라크 파견 유엔 특사는 최근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공격들이 이라크 및 중동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달 28일 벌어진 친이란 민병대의 요르단 미군기지 공격과 그에 대응해 미국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가한 85여차례의 보복 공습을 거론하며 이라크 및 주변 지역의 무장세력에 위협 행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이라크와 시리아는 미국의 보복 공습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바스 알-파트라위 주유엔 이라크 대사는 이날 "이라크 영토를 향해 가해지는 미국, 튀르키예, 이란으로부터의 공격 행위들"은 자국 주권 침해라고 규탄하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확전 위험성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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