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전쟁으로 '공평한 병역' 주장 커진 탓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가자 전쟁으로 인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지지 기반으로 평가되는 이스라엘의 유대교 초정통파 신자 '하레디'들의 병역 면제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연정의 일부 구성원과 야당, 시민들은 기존 이스라엘군(IDF)의 의무 복무 기간을 연장하는 법에 하레디들의 의무 징집을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통적 유대교 율법을 엄격히 따르며 세속주의를 배격하는 하레디는 이스라엘 전체 인구의 12% 정도로 추산되지만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병역을 면제받아 왔다.
당시에는 군 복무가 면제되는 하레디의 수가 400명 남짓에 불과했지만, 다산을 권장하는 교리 때문에 하레디 인구 비율이 급격히 늘면서 이들의 군 면제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이 커져 왔다.
현재 병역을 면제받는 하레디 청년의 수는 수만명에 이른다. 반면, 하레디가 아닌 18세 이상의 이스라엘 청년들은 최소 32개월을 군인으로 복무하고 있다.
하레디 랍비들은 종교 연구와 기도가 군 복무만큼이나 중요하다면서 이런 상황을 합리화하고 있다.
실제, 2017년 9월 이스라엘 대법원이 하레디의 군 면제를 위헌으로 판결했으나,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 등의 거센 반발 탓에 이스라엘 정부는 여태 관련 규정을 수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작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공격으로 가자 전쟁이 발발하고 군 복무 기간을 지금보다 더 늘린다는 법안까지 발의되면서 이스라엘에선 더는 하레디의 '병역기피'를 용납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마침 대법원 위헌 결정을 받은 하레디 군 면제 규정도 내달 말 효력 만료를 앞두고 있다.
문제는 하레디 정당들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정을 지탱하는 한 축이라는 점이다.
'공평한 병역'을 보장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여 하레디에게서 군 면제 특권을 빼앗을 경우 가뜩이나 불안정한 상태인 연정이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 가운데 이스라엘 군경과 정보기관에 한때 몸담았던 인사들로 구성된 단체인 양질의 정부를 위한 운동(MQW)은 25일 이스라엘 법원에 '정부가 하레디의 군 복무 면제를 위한 새로운 법이나 규정을 만들지 못하게 해달라'는 청원을 제기했다고 현지 일간 예루살렘포스트는 전했다.
이들은 "동등한 부담을 지지 않으면 이스라엘의 안보가 위험에 처한다"며 "가자지구에서의 장기전은 이스라엘 사회의 모든 부분으로 징집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준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스라엘군 내부에선 하레디와 아랍계를 포함한 모든 18세 이상 이스라엘인을 징집하되 종교적 신앙 등을 이유로 병역 수행이 어려운 이들은 민간 단체 등에서 일하게 하는 방안이 선호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그러나 이 방안은 현 이스라엘 정치권에선 크게 지지받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이 주간지는 덧붙였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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