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서 3자 외교장관회담 개최…블링컨 "지역 모든 국가가 협력해야"
멕시코·과테말라, 일자리·경제개발 강조하며 "근본 원인 해결해야"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주요 대선 이슈로 부상한 대규모 불법 이주민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이주민을 다수 보내거나 이주 경로에 있는 중남미 국가들과 외교 해법을 모색하고 나섰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에서 알리시아 바르세나 멕시코 외교장관, 카를로스 마르티네스 과테말라 외교장관과 이주민 문제를 주제로 3자 회담을 했다.
블링컨 장관은 "오늘 우리는 이주민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모였다"면서 "멕시코와 과테말라,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 지역에 있는 모든 국가가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주민 문제를 언급할 때 '불법 이주'(illegal migration)가 아닌 '불규칙한 이주'(irregular migration)라는 표현을 썼다.
유엔과 유럽연합(EU) 등은 비자 등 서류가 없이 입국해도 행정 규칙을 어기는 것이지 형사 범죄가 아니며 사람 자체가 불법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는 이유로 불법 대신 '불규칙한' 또는 '미등록'(undocumented)라는 표현을 장려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주민들이 자국에 남도록 생활 여건을 개선하면서 합법적으로 이주할 경로를 확대하고, 이주민 보호와 망명 신청 절차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멕시코와 과테말라 장관들은 중남미 국가들의 경제 상황을 개선하지 않는 한 대규모 이주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바르세나 장관은 "우리는 이주민들을 일자리를 위해 이동하는 사람들, 기회를 얻으려는 사람들로 본다"면서 "우리는 이주의 근본 원인을 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마르티네스 장관도 이주는 "문제가 아닌 현상"이라면서 "우리는 이 현상의 근본 원인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우리 국민이 이주하지 않도록, 기회를 찾아 이동하는 과테말라인들이 더 늘지 않도록 과테말라에 기회를 만들고 제공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이것은 개발의 문제다"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중동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바쁜 가운데서도 이주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남미 국가들과의 외교에 상당한 시간을 쏟고 있다.
다수 미국인이 남부 국경을 통해 유입되는 역대 최대 규모의 불법 이주민 문제에 불안감을 느끼면서 국경 관리와 이민 정책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인도적인' 국경 정책을 추진해왔으나, 여론이 매우 부정적으로 변하자 공화당이 요구해온 강경 정책을 다수 도입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국경 문제를 이번 대선의 쟁점 이슈로 부각시키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에 협조하지 말 것을 지시하면서 의회를 통한 해법 마련이 요원한 상황이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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