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훼손 우려 속 지난주 손상·기능저하 관측
"일단 후티 공격에 침몰한 선박 때문일 가능성 주목"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친이란 예멘 반군 후티가 홍해에서 선박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면서 물류 업계뿐 아니라 이 지역에 해저 인터넷 케이블을 설치한 통신업계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초 후티가 해저 케이블을 공격 대상으로 노리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된 데 더해 최근 후티의 공격에 따른 선박의 침몰이 해저 케이블 손상으로 이어졌을 개연성이 제기되면서 업계의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달 24일 홍해에 설치된 통신회사 시콤(Seocom) 소유의 케이블을 포함한 해저 케이블 3개가 훼손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통신 업계에 경고음을 울렸다.
이 사고로 인터넷이 완전히 끊기지는 않았지만, 인도, 파키스탄과 동아프리카 일부 지역의 연결이 불안정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케이블의 손상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후티의 공격을 받은 화물선이 침몰하면서 해저 케이블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 달 18일 홍해와 아덴만을 연결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던 중 후티의 공격을 받은 영국 소유 벌크선 루비마르호는 일주일 넘게 근처를 표류하다가 침몰했다.
문제는 손상된 케이블을 수리하거나 새 케이블을 설치하는 과정에도 위험이 따른다는 점이다.
특히 거대한 몸집으로 느릿하게 움직이는 해저케이블 포설선은 후티의 표적이 되기 쉽다. 따라서 이 지역에 새로운 케이블을 설치하는 일은 위험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이 됐다고 WSJ은 전했다.
올해 초 기준, 예멘 근처의 일부 케이블 포설선이 지불한 보험 비용은 하루 15만 달러(약 2억 원)까지로 급등하기도 했다.
여기에 내전 중인 예멘의 정치적 상황도 해저 케이블 설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후티가 수도 사나를 비롯한 예멘 서부를, 국제적으로 인정 받는 예멘 정부가 동부를 각각 장악한 상황에서 이 지역에 해저 케이블을 설치하려는 사업자들은 양쪽 모두의 규제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시콤의 마케팅 책임자인 클라우디아 페로 국장도 손상된 케이블을 수리하는 작업은 2분기 초에 시작될 예정이라면서도 정세 불안과 기상 조건 문제, 허가 관련 절차 등으로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후티가 직접 홍해의 해저 케이블을 공격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지난 달 초 예멘 정부는 후티가 케이블을 파괴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후티도 텔레그램에 해저 케이블 경로를 표시한 지도와 함께 위협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후티가 해저 수백m 아래에 설치된 케이블을 직접 절단할 작전 능력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지만, 통신업계의 불안감을 더욱 가중하는 징후라는 평가다.
홍해 해저에는 16개의 주요 통신케이블이 묻혀있다.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17%를 담당하는 이들 케이블은 바브 알만데브 해협을 지나 홍해를 통과해 이집트 쪽을 향해 지나간다.
해저 케이블은 육지보다 설치가 더 간편하고 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지만 해상을 오가는 선박들의 우발적 사고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위험성이 상존한다.
국제해저케이블보호위원회(ICPC)의 라이언 웁샬 국장은 특히 홍해와 같이 물동량이 많은 지역에 해저 케이블을 설치하면서 대체 경로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고 무력분쟁이 지속되면서 그 중요성은 더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통신 회사들은 홍해를 대체할 다른 경로를 물색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사우디아라비아를 가로지르는 경로는 예멘 근해를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각국 정부들이 케이블 매립에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까다로운 다른 규제를 적용하기 때문에 결국 통신 회사들은 이미 이용하고 있는 기존 홍해 경로를 유지하게 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웁샬 국장은 "다른 산업이 그렇듯, 통신 산업이 예멘 근해를 케이블 경로로 이용하게 된 것은 주어진 제반 조건에 대한 반응의 결과"라고 말했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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