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인프라 건설 부양책 아닌 전기차 포함 '3대 신성장동력' 통한 고품질 발전 역점
SCMP "구조조정 핵심은 과학기술 혁신…과학기술 예산 작년 2%→올해 10%↑이 단적인 예"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 당국이 올해 '5% 안팎'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를 내걸면서도 급진적인 부양책을 발표하지 않은 건 경제 구조조정 의지의 표명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6일 진단했다.
SCMP는 이날 사설을 통해 중국 당국이 부동산과 인프라 건설 중심이 아닌 첨단 제조업 위주의 경제 틀로 바꾸려는 의지를 다지고 있으며 부양책을 내놓지 않은 건 그런 상황과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전날 리창 중국 총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업무보고를 통해 작년 전인대와 동일한 성장률 목표치와 GDP 대비 재정 적자율(3%), 5.5% 안팎의 실업률과 3%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발표하면서도 경기부양책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부동산 시장 위기와 가중되는 지방정부 부채, 내수·수출 부진, 디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인해 중국 내에서 더 절실해지는 '바주카포 스타일'의 대규모 부양책에 대한 기대를 일거에 무산시킨 것이어서 관심을 끌었다.
SCMP는 중국 당국 역시 직면한 경제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경험을 통해 정부의 더 많은 자금 투입이 항상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걸 체득했으며 경제 구조 조정을 염두에 두고 부양책을 내놓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 신문은 중국 내 전기자동차 등 첨단 제조업 분야의 발전을 예로 들면서, 이 같은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부동산과 인프라 등에 대한 급진적인 부양책은 중국 전체의 경제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보다는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고품질 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수년간 전기자동차·배터리·태양광 등 이른바 '3대 신(新)성장동력'을 고품질 발전의 축으로 삼아 전폭적인 지원을 해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날 장쑤성 전인대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고품질 발전과 현대화를 촉진하는 데 강력한 동력을 계속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CMP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전쟁, 미국 등 서방의 대(對)중국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 압박을 포함한 외부 난류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국 내부의 안정성이 중요하다면서, 이를 고려할 때 5% 안팎 성장률 의미는 작지 않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중국이 5% 안팎 성장률을 10년 동안 유지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중국의 장기적인 경제정책 목표 달성에 부합하며, 중국 당국이 이번 전인대에서 급진적인 부양책을 내지 않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중국 경제 구조조정의 핵심은 과학 기술 혁신이라면서, 작년 전인대 업무보고 때 전년 대비 2% 증가에 그쳤던 과학 기술 예산이 올해엔 무려 10% 증가한 것이 단적인 사례라고 전했다. 중국의 올해 과학기술 예산은 3천708억위안(약 68조6천610억원)으로 책정됐다.
중국은 미국 등 서방이 디리스킹 정책 강화로 첨단반도체, 양자컴퓨팅, 인공지능(AI) 제품은 물론 기술에 대한 접근을 원천 차단하려는 데 맞서 과학기술 역량 강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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