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바꾼다' 사재털어 출마한 사업가 제이슨 팔머
"바이든보다 21세기적인 대통령 필요"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 여당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 현직 대통령 조 바이든(81)에게 일격을 가한 인물이 나왔다.
코커스(당원대회) 방식으로 열린 미국령 사모아 경선에서 압승한 제이슨 팔머(52)가 주인공이다.
팔머는 전체 91표 중 51표를 얻어 사모아에 걸린 대의원 6명 중 4명을 낚았다. 바이든 대통령(40표)에게는 대의원 2명이 돌아갔다.
남태평양에 있는 작은 군도 사모아는 인구가 5만명도 안 되는 미국의 해외영토다.
사모아 같은 미국령 주민들은 대선 경선에는 50개 주와 함께 참여하지만 본선에선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민주당 경선에 걸린 대의원이 4천명 정도인 데다가 본선 영향력도 없는 만큼 사모아 투표 결과에 큰 의미를 둘 수는 없다.
팔머도 이날 코커스가 열리기 전까지 사모아를 방문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밝혔다.
다만 그는 줌으로 타운홀 회의를 하고 지역의 우려와 주요 현안을 들어보는 식으로 원격 선거운동을 했다고 말했다.
팔머는 코커스 전날 엑스(X·옛 트위터)에 "미국령 사모아를 옹호할 대통령이 너무 늦었지만 워싱턴DC에 꼭 필요하다"고 적었다.
결국 사모아 주민들은 자신들의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을 인지도와 관계없이 마음을 다해 선택한 것으로 관측된다.
팔머는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살며 교육, 기술과 관련한 여러 기업과 비영리단체에서 일했다.
그는 유권자들이 원하는 대통령은 '바이든보다 21세기적인 인물'이라고 선거운동 때 강조해왔다.
팔머는 자신의 선거운동에 사재를 털어 50만 달러(약 6억7천만원)가 넘게 빌려줬다.
그는 "죽을 때 가진 돈을 싸갈 수 없지만 살아있을 때는 (그 돈을 이용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선거캠프에 걸린 팔머의 이번 대선 3대 공약은 ▲ 양심적인 자본주의 구축 ▲사람을 우선시하는 아메리칸 드림 복원 ▲ 관료주의 타파를 통한 미국 연방정부 개혁이다.
팔머는 사모아 승리를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그는 "친구들과 선거본부 직원들의 문자메시지 때문에 전화기가 폭발하기 시작해서 이긴 줄 알았다"고 말했다.
사모아 경선에서는 팔머처럼 막연한 신념을 앞세워 저돌적으로 도전하는 돈키호테 같은 인물이 이기는 때가 있다고 한다.
WP는 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가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유일하게 이긴 곳이 사모아였다고 소개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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