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우 감독, 우크라전 참상 다룬 다큐 '마리우폴에서 20일'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우크라이나 영화 감독이 10일(현지시간) 세계적 영화상인 오스카상을 받는 자리에서 "이 영화를 안찍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뼈아픈 수상 소감을 밝혔다.
수상작이 러시아에 침공 당한 고국의 참상을 담은 영화이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출신인 영화 감독이자 영상 저널리스트 므스티슬라우 체르노우는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마리우폴에서 20일'(20 Days in Mariupol)로 다큐멘터리상을 받고 무대에 올라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그는 한손에 오스카상을 거머쥔 채 무거운 표정으로 마이크 앞에 서서 "이것은 우크라이나 역사상 최초의 오스카상이다. 영광으로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아마도 나는 이 무대에서 이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최초의 감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상작에서는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였던 마리우폴이 2022년 2월 러시아 침공 이후 봉쇄와 폭격, 전쟁 범죄에 휩싸인 생지옥으로 변해가는 참상을 여과없이 담아냈다.
체르노우 감독은 이어 "러시아가 절대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는 것, 절대로 우리 도시를 점령하지 않는 것과 이 상을 맞바꿀 수 있다면 좋겠다"며 "하지만 나는 역사를 바꿀 수는 없다. 과거를 바꿀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러시아에 포로로 잡혀간 우크라이나 군인과 민간인을 전원 석방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체르노우 감독은 영화가 가진 힘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영화에는 미래를 만드는 힘이 있다면서 "우리는 역사의 기록을 바로 세우고 진실이 승리하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체르노우 감독의 이번 수상소감은 현장 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든 데 이어 소셜미디어(SNS)에서도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고 NBC 뉴스는 전했다.
앞서 '마리우폴에서 20일'은 전미비평가위원회(NBR)에서 뽑은 2023년 5대 다큐멘터리에 선정됐고 지난해 9월 제78차 유엔총회가 개막할 때 상영되기도 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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