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C 안도감에 외국인 하루동안 2조2천억원 순매수 '역대 최대'
개인은 3조3천억원 순매도…역대 최대 '차익 실현'
(서울=연합뉴스) 이민영 기자 = 미국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 따른 안도감에 21일 국내 증시가 활짝 웃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 심리가 살아나면서 역대 최대 규모의 순매수를 불러왔다. 반면 개인은 하루동안 역대 최대 규모로 주식을 팔아치우며 차익을 실현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2.41% 오른 2,754.86에 장을 마치며 약 2년 만에 2,750선을 넘어섰다. 장기 박스권 상단으로 여겨져온 2,700선을 시원하게 뚫은 셈이다.
코스닥지수도 1.44% 상승한 904.29를 기록하며 6개월 만에 900선을 넘어섰다.
덕분에 코스피 시가총액은 2천244조1천700억원으로 2021년 9월 28일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20일(현지시간) 이목이 집중됐던 미국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예상대로 연내 3회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유지된 데다, 미국 마이크론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에 주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반도체주 랠리를 불러온 것이 이날 급등장세의 주요 동인이다.
삼성전자는 전날 5.63% 상승한 데 이어 3.12% 올랐으며, SK하이닉스는 전날 내림세에서 벗어나 8.63% 급등했다.
주가지수가 급등한 만큼 증시 수급도 전례 없이 급변동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조8천780억원, 1조5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외국인과 기관은 코스닥시장에서도 각각 3천590억원, 170억원을 순매수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를 합친 외국인 순매수액은 총 2조2천370억원으로 지난 1월 11일(2조3천770억원) 이후 가장 컸다.
지난 1월 11일은 삼성 일가가 2조7천억원어치 이상의 계열사 주식을 블록딜(시간외 대량 매매)로 매각한 것이 포함된 수치여서 이를 감안하면 하루동안 외국인 순매수 규모로는 사실상 이번이 역대 최대다.
반면 이날 개인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2조9천억원, 3천600억원 순매도했다. 이를 합친 개인 순매도액 역시 3조2천600억원으로 역대 가장 컸다.
코스피가 전날에 이어 연이틀 급등하며 보기드문 상승장이 연출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승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낙관하기 이르다는 반응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FOMC 회의를 통해 금리 인하 기대가 유지된 점은 상반기 주식시장에 긍정적이나, 이미 낙관론이 팽배해 향후 주식시장 상승 속도는 점차 주춤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유가 상승도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률(PER)에 부담이 되는 요인"이라고 짚었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다음 달 중순부터는 다시 변곡점을 맞이할 시기"라며 "미국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2월 대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물가 둔화 속도가 지연돼 다시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부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론 호실적 발표로 반도체주의 상승세가 좀 더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업황 개선이 주가에 선반영된 만큼 하방 압력을 받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하반기 이후 점진적인 반도체 업황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어 올해 상반기까지 반도체 수출 회복 기대감은 지속될 것이나, 주가가 작년부터 선반영됐기에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높아진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을 고심할 시점에 도달했다"며 "한국 반도체주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다른 나라보다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반도체 관련 국가 증시들의 고평가 우려와 연동돼 움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다.
이어 "2분기부터는 하반기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면서 반도체주의 상승 탄력이 점차 둔화하거나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22일 국내 증시는 무엇보다 FOMC를 소화하며 급등한 미국 증시의 이후 행보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상승폭이 컸던 만큼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면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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