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VSMPO, '항공분야 필수광물' 티타늄 생산 세계 1위
WP "무역기록 검토 결과 에어버스·롤스로이스 등 러 의존 여전"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서방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와의 경제적 관계를 끊겠다고 선언했지만, 서방의 항공 사업체들은 러시아에서 대량의 티타늄을 계속 구매하고 있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티타늄은 철만큼 강하지만 무게가 철의 45%에 불과한 데다 열과 부식에 강한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항공우주 분야에서는 필수적인 광물이다.
WP가 러시아의 수출 기록을 검토한 결과, 러시아 내 독점적인 티타늄 생산 회사인 VSMPO-아비스마는 2022년에 약 3억7천만 달러(약 4천951억원) 상당의 티타늄 1만5천t(톤)을 수출했다.
수출물량의 대다수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 국가로 들어갔으며, 독일과 프랑스, 미국, 영국이 수출국 목록에서 상위를 차지했다.
이 회사는 2023년에는 최소 3억4천500만달러(약 4천616억원)어치를 수출한 것으로 추정됐다.
VSMPO-아비스마는 세계 최대 티타늄 생산업체로 2022년에는 전 세계 항공 부문에서 사용한 고급 티타늄의 3분의 1을 공급했다.
이 회사는 미국과 유럽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 국영 방산업체 로스텍이 부분적으로 소유하고 있음에도 미국과 유럽의 제재를 받지 않았다.
유럽의 최대 항공기 업체인 에어버스는 2022년에 최소 2천400만달러(약 321억원) 상당의 티타늄을 VSMPO-아비스마에서 구매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전년도 구매액보다 9.4 배나 많은 것이다.
에어버스는 2022년 12월에 몇 달 내로 러시아산 티타늄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했으나, 수출 기록상 적어도 작년 11월까지는 러시아산 티타늄을 공급받았다.
미국의 항공기 업체 보잉은 2022년 러시아산 티타늄 구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고, VSMPO-아비스마와의 합작 투자 계획도 철회했다.
다만, 프랑스의 엔진 회사 사프란과 영국의 엔진 회사 롤스로이스 등 보잉의 주요 공급사들은 러시아산 티타늄을 계속 구매한 흔적이 있다.
이 때문에 보잉 항공기에 러시아산 티타늄이 얼마나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유럽 기업들의 러시아 티타늄에 대한 지속적인 의존도는 유럽연합(EU) 무역 데이터에서도 확인됐다.
EU는 2023년 2억4천400만달러(약 3천267억원)어치의 러시아산 티타늄을 수입했는데,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2019년에 비해 겨우 20% 감소한 수치다.
반대로 미국의 2023년 러시아산 티타늄 수입액은 4천700만달러(약 629억원)로, 2019년에 비해 80%나 급감했다.
업체들은 러시아를 대체하는 공급망을 찾으려 분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어버스는 성명에서 회사가 유럽과 미국, 아시아 공급업체로부터 티타늄을 조달하고 있다면서 "(러시아에 대한) 심각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계속 취하고 있다"고 했고, 사프란은 "수입량에서 러시아의 티타늄 점유율은 증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withwit@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