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위기' 대응할 폭넓은 소통·신기업가정신 확대 기조 이어질 듯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지난 2021년부터 대한상공회의소를 이끌어 온 최태원 회장(SK그룹 회장)이 최근 연임되면서 향후 3년간 '재계 맏형'으로서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에 관심이 쏠린다.
처음 대한상의 회장을 맡을 때부터 각종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소통과 기업의 새로운 역할 정립에 관심을 쏟은 최 회장은 두 번째 임기에도 이와 관련한 대한상의의 역할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 각계 소통·기업의 새로운 역할 정립…바빴던 '1기 최태원'
24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2021년 3월 취임 초부터 '경청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사회 각계와의 소통을 강조했다.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의 양상이 복잡해지고 그에 따른 갈등이 새롭게 생겨나는 상황에서는 폭넓은 소통으로 다양한 의견과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해결책 도출의 첫걸음이라는 취지였다.
최 회장은 3년 전 취임식 대신 각계와 함께하는 비대면 '타운홀 미팅'으로 임기를 시작하면서 "각계각층과 협력의 새 파트너십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대기업 중심의 대한상의 부회장단을 스타트업·정보기술(IT) 기업 위주로 재편한 것도 데이터에 기반해 문제를 해결하고 젊은 세대와 소통하겠다는 최 회장의 의지에서 비롯했다.
이후 대한상의는 시민참여형 정책 제안 플랫폼인 '소통플랫폼'(소플)을 온라인에 개설했다. 일정 수준의 공감을 얻은 의견은 대한상의가 정부에 건의하거나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사업 아이디어를 국민들로부터 모집해 사업화를 지원하는 '국가발전 프로젝트 공모전'에는 무려 4천704개의 사업 아이디어가 출품됐다. TV 오디션 프로그램과 결합한 이 공모전 방송에는 최 회장도 여러 기업인과 함께 직접 출연했다.
그는 2021년 말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소통 비용이 줄어야 교류·협력이 가능한데, 대한상의가 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反)기업 정서를 해소하고 사회와 공감하는 '신(新)기업가 정신' 확산도 최 회장의 주요 과제였다.
최 회장은 2022년 1월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기업에 대한 국민 인식을 취합한 결과 'B학점'을 받았다며 "돈만 버는 것이 아니라 돈도 벌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기업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같은 해 5월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부터 유망 스타트업까지 참여하는 '신기업가정신협의회'(ERT)를 공식 출범하고 기후변화, 공급망 재편, 인구 절벽 등 다양한 위기를 해결하는 데 기업이 새로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지원도 '1기 최태원호'의 주요 활동이었다.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 민간위원장을 맡아 최 회장은 소속 그룹인 SK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각국을 돌며 부산의 강점을 홍보하는 데 앞장섰다.
◇ '복합위기' 시대 기업의 역할은…고민 이어질듯
두 번째 임기를 맞은 최 회장은 앞서 3년간 강조한 화두에 계속 집중하면서 사회와 기업, 나아가 지구촌이 직면한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방법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전 산업 분야의 중심으로 급부상하며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졌고, 저출산과 지역 소멸, 기후위기, 지정학적 리스크 등은 심각성을 더해가는 상황이다.
최 회장은 지난 21일 새로운 임기를 시작하면서 이처럼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구심점 중 하나로 대한상의의 역할을 강화하고자 소통 확대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최 회장은 "산업 전반에서 진행되는 파괴적 혁신을 뒷받침하고자 제도 개선 속도를 높이는 일에 매진하겠다"며 "기업과 정부, 기업과 기업을 잇는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을 구축해 정책 제언 기능을 강화하고, 기업과 사회, 수도권과 지방, 현재와 미래 세대를 잇는 새로운 가교 역할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런 인식은 기업의 새로운 이미지와 역할을 정립하는 신기업가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지금의 복합 위기에 대응하려면 기업 스스로 바뀌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기업 경쟁력을 높임과 동시에 국민 신뢰까지 얻어야 민간 차원의 문제 해결 주체로서 경제계의 위상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게 최 회장의 지론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의 위기 상황을 개선하려면 기업 스스로 바뀌려는 노력도 필요하고, 위기 대응을 정부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기업도 팀 플레이어로 참여해야 한다는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며 "최 회장도 소통과 신기업가정신에 더해 이와 관련한 새로운 화두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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