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자지구에 안면인식까지 동원…엉뚱한 민간인 색출"

입력 2024-03-28 11:01  

"이, 가자지구에 안면인식까지 동원…엉뚱한 민간인 색출"
이스라엘 내부 폭로…전쟁 발발 직후 인질·하마스 식별에 도입
기술 오류에 민간인을 무장대원으로 오인도…"인간성 말살" 비판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소탕한다는 명분으로 5개월 넘게 가자지구를 상대로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안면인식 기술까지 도입, 팔레스타인 대중을 감시하고 있다는 내부 폭로가 나왔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정보 부대가 가자 전쟁 발발 이후 하마스에 끌려간 이스라엘 인질과 하마스 대원들을 식별한다는 명분으로 가자 지구 곳곳에서 은밀히 안면인식 기술을 운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군과 정보 기관 소식통은 이스라엘 사이버 정보부대 8200을 비롯한 이스라엘군이 이스라엘 민간 회사인 '코사이트'(Corsight)의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얼굴을 스캔해 안면 자료를 모으고, 이를 기반으로 신원을 파악하고, 목록을 작성하고 있다고 NYT에 밝혔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이 과정에서 안면인식에 응하겠다는 동의를 요청받기는 커녕 이런 사실을 고지받지도 못한 채 감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안에 대해 잘 아는 이스라엘 측 소식통 3명은 이스라엘이 시간과 자원을 오용하고 있다는 우려에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NYT에 말했다.
한 소식통은 이 기술이 민간인들을 수배된 하마스 조직원으로 잘못 지목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사안과 관련한 NYT의 질의에 논평을 거부하면서 "연관 없는 사람들에게 미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 차원에서 군은 필요한 안보·정보 작전을 펼친다"고만 답변했다.
NYT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이 갈수록 정교해지면서 안면인식 기술도 최근 몇년 동안 세계 곳곳에서 크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면서, 상당 수 나라들이 이 기술을 항공여행 등에서의 편리성을 높이기 위해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에서는 이 기술이 소수 민족을 감시하고 탄압하기 위해 악용되고 있으며,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 안면 인식 기술을 이용하는 것은 이 기술이 전쟁에까지 동원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고 NYT는 짚었다.
당장 국제 인권단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제앰네스티(AI)의 마트 마흐무디 연구원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서의 안면 인식 기술 사용은 팔레스타인인들을 고유의 특성을 지닌 개별적 사람으로 간주하지 않아 '인간성의 완전 말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흐무디 연구원은 이 기술의 오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특정인이 무장 단체 조직원으로 일단 인식되면 이스라엘군은 안면 인식 기술의 실수를 의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자지구에서 이용되는 안면인식 기술 개발사인 코사이트는 안면부의 일부분만 카메라에 잡히고, 극단적인 각도나 어둠 속에서도 정확한 안면인식이 가능하다고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화면이 거칠거나 어둡게 찍히면 제대로 인식하는 것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고 8200 부대 관계자는 밝혔다.
소식통에 따르면, 코사이트 안면 인식 기술의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스라엘군은 구글의 사진 공유·저장 서비스 구글 포토도 활용하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상대로 한 공세를 확대하면서 가자지구에서의 안면인식 기술 사용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안면인식 기술이 탑재된 카메라를 제공받는 이스라엘 병사들은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이 팔레스타인 주요 도로 곳곳에 설치된 검문소를 지날 때마다 카메라로 이들의 얼굴을 무작위로 스캔, 확보된 사진 자료와 대조해 수분 만에 신원을 특정할 수 있다.
팔레스타인 시인 모사브 아부 토하가 작년 11월19일 가자지구 중부에서 3살배기 아들 등 가족과 함께 오른 피란길에서 봉변당한 것에도 안면인식 기술이 관여됐다고 NYT는 소개했다.
대규모 피란민 사이에 섞여 이동하던 그의 얼굴이 안면 인식 기술이 탑재된 카메라에 잡혀 스캔된 뒤 신원이 특정됐고, AI 오류로 이스라엘 수배자 명단에 오른 사람으로 잘못 파악되면서 그는 이틀 동안 구타가 동반된 구금을 견뎌야 했다.
이후 가족과 함께 가자지구를 떠나 현재 이집트 카이로에 체류 중인 시인은 검문 당시 신분증도 제시하지 않았는데 이스라엘군이 자신을 불러세운 몇분 후 성과 이름을 정확히 호명해 깜짝 놀랐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안면인식 프로그램을 운용중인 것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면서도 "이스라엘은 지난 몇년동안 드론으로 하늘에서 우리를 감시해 왔다. 그들은 우리가 정원에서 일하고, 학교에 가고, 아내와 입맞춤하는 것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오랫동안 감시받고 있었던 것처럼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이스라엘 정착촌이 있는 요르단강 서안지구나 동예루살렘에서는 이미 안면인식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AI는 작년 보고서에서 밝힌 바 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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