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인도에서 총선 개시일이 다가오면서 여야간 공방이 격화하는 가운데 힌두교 신자인 인도 총리가 지난해 힌두교 성월에 야권 지도자들이 무슬림들이 즐기는 양고기를 먹은 것으로 전해진 것을 문제 삼고 나섰다.
13일(현지시간) 인도 매체에 따르면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전날 북부 잠무 카슈미르 연방직할지의 우담푸르에서 열린 유세에서 야권 지도자들이 작년 힌두교 성월 '사완'(Sawan) 기간에 양고기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야권은 관련 영상 공개를 통해 특정 집단 표심을 노렸다고 주장했다.
사완은 힌두력 5번째 달로 보통 우기(몬순)인 7월이나 8월에 해당한다. 인도의 14억 인구 가운데 80%를 차지하는 힌두 신자들은 이 기간에 축제 등을 연다.
인도에서 양고기는 무슬림들이 즐기는 음식이고 힌두교 신자들은 소고기나 양고기 등은 피하고 채식을 선호한다.
그의 이번 발언은 연방의회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의 라훌 간디 전 총재가 지난해 8월 초 랄루 야다브 전 비하르주 주총리의 자택을 방문한 것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두 사람은 양고기를 함께 요리해 먹었으며, 관련 영상은 며칠 후 공개됐다.
야다브 전 주총리가 이끄는 지역정당은 작년 7월 출범한 야권 정치연합 '인도국민발전통합연합'(INDIA)에 속해 있다. 간디 전 총재는 INDIA를 주도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또 이날 유세에서 과거 몽골족 후예들이 카슈미르를 공격했을 당시 왕을 패배시키는 것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사원 등 예배 공간도 파괴했다며 야권 지도자들을 몽골족 후예들에 빗대기도 했다.
무슬림인 몽골족 후예들은 무굴제국(1526∼1857)을 건설했다. 현재 인도 인구의 14%(약 2억명)는 무슬림이다.
모디 총리 발언은 야권이 무슬림 표를 노려 양고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모디 총리가 힌두교 유권자 표를 결집하려는 의도도 드러냈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INC 측은 발끈하고 나섰다.
INC 산하 상임위원회인 전인도국민회의위원회(AICC) 대변인 자이람 라메시는 "INC는 그(모디 총리)처럼 정치 지도자들의 월별 영양상태를 추적하지는 않는다"고 비꼬았다.
라메시 대변인은 대신 모디 총리가 2014년 집권한 이래 세계 최악 수준으로 떨어진 인도 어린이들의 영양실조 상태를 추적하는 데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면서 "2015년부터 2021년 사이 5세 이하 인도 어린이들의 빈혈(비율)이 약 10% 포인트 상승했다"고 주장했다.
오는 19일 시작해 한달 여간 계속되는 총선에서는 모디 총리가 이끄는 정치연합이 경제성장 등을 내세워 압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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