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인도네시아·멕시코·브라질, 유망·거대시장 부상…한중일 경쟁 심화"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미중 전략 경쟁이 촉발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가속화로 인도, 멕시코 등 글로벌 사우스 국가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한국이 이들 국가와의 교역과 투자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는 21일 펴낸 '블록화 시대, 글로벌 사우스 활용 전략' 보고서에서 "지정학적 블록화 가중 흐름 속에서 공급망 위험 관리 및 신규 시장 개척을 위해 전략적 요충지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와 교역 및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사우스는 북반구 저위도 또는 남반구에 있는 아시아·중남미·중동·아프리카의 신흥 개발도상국을 가리키는 말로 선진국을 뜻하는 글로벌 노스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보고서는 글로벌 사우스 중에서도 주요 20개국(G20) 회원국으로 정치적 영향력이 있으면서도 경제 규모가 큰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 브라질 등 4개국이 글로벌 공급망의 유망 생산 거점이자 성장 잠재력을 지닌 거대 소비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도와 브라질의 수입 시장은 최근 5년간 연평균 5.6%씩 증가해 세계 평균인 4.0%를 웃돌았다.
멕시코는 전체 수입의 53.2%가 중간재인 대표적 글로벌 생산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도 2022년 총수입 2천억달러를 돌파하면서 신규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무역협회는 이들 4개국 시장에서 한·중·일 경쟁 구도가 강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국가 간 수출 구조의 유사성을 측정해 경합 관계를 판단하는 '수출 경합도'를 산출한 결과, 인도와 인도네시아에서는 15대 품목 중 절반 이상에서 중국, 일본과의 수출 경합도가 2015년에 비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의 경우 인도 시장에서 중국, 일본 제품과 수출 경합이 심화했다. 한중 수출 경합도는 2015년 0.310에서 2023년(1∼11월) 0.662로 올라갔다. 한일 수출 경합도도 2015년 0.421에서 작년(1∼11월) 0.563으로 상승했다.
수출 경합도는 1에 가까워질수록 경쟁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멕시코 시장에서는 중국(0.472), 일본(0.537)과의 수출 경합이 4개국 중 가장 치열한 것으로 조사됐다.
브라질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은 낮아지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질 수입 시장에서 한국의 시장 점유율은 2010년 5위(4.7%)였지만, 2023년 11위(2.0%)로 낮아졌다.
한국무역협회 양지원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공급망 재편은 구조적 축의 전환이므로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은 필수적"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다자 협력 참여,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확대 등 경제 협력 채널을 다각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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