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스라엘 군부대 첫 제재 전망…서안지구 인권유린 혐의

입력 2024-04-21 11:12  

미, 이스라엘 군부대 첫 제재 전망…서안지구 인권유린 혐의
"며칠 내 '네짜 예후다 대대' 제재 발표"…미군 지원·훈련 대상서 제외
초정통파 유대인들로 구성, 팔 민간인 상대 폭력 자행…서안서 또 유혈충돌, 15명 사망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미국이 처음으로 이스라엘 군부대에 대한 제재를 단행할 예정이라고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미 소식통 세 명을 인용,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이 며칠 내에 이스라엘군 '네짜 예후다' 대대에 대한 제재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부대는 요르단강 서안지구 점령지에서 팔레스타인인 인권 유린 혐의를 받고 있다.
제재가 단행되면 이 부대와 부대원들은 미군의 지원이나 훈련을 받을 수 없다.
이는 1997년 패트릭 레이히 상원의원이 제정한 법에 따른 것이다. 이 법은 인권침해가 의심되는 해외 안보기관, 군대, 경찰 부대에는 미국의 대외원조와 국방부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지난 18일 미 탐사보도 매체 프로퍼블리카는 레이히 법에 따라 인권 침해 혐의를 조사한 미 국무부 특별패널이 몇 달 전 블링컨 장관에게 서안지구에서 활동하는 여러 이스라엘 군대와 경찰 부대의 미국 지원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권고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다음날 블링컨 장관은 이탈리아 방문 중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에 패널 조사를 토대로 결정을 내렸다며 "옆으로 며칠 내에 이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답했다.
미 당국자는 이 대대에 대한 제재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 전에 발생한 사건들과 서안지구에서 발생한 모든 사건에 근거한 것이라고 미 당국자는 설명했다.
이 부대는 초정통파 군인들을 위한 특수부대로 창설됐다. 대대원은 모두 남성으로 수년간 서안지구에 주둔했다. 이 부대는 다른 전투부대가 받지 않는 젊은 급진 우파 정착민들을 수용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악시오스는 설명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미 국무부가 2022년 말부터 네짜 예후다 대대가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상대로 저지른 폭력 사건을 조사해왔다고 보도했다.
2022년 1월 발생한 팔레스타인 미국인 오마르 아사드의 사망도 그 중 하나다.
80세의 노인이었던 아사드는 늦은 밤 서안지구 내 검문소에서 네짜 예후다 대대에 체포됐다. 군인들은 검문을 거부한 아사드에게 수갑을 채우고 재갈을 물린 뒤 땅바닥에 내버려 뒀고, 추위에 떨던 그는 몇시간 후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부대는 2023년 1월 서안지구에서 골란고원으로 이동했다. 당시 하레츠는 군인들이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했기 때문에 이동 결정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악시오스 보도에 이스라엘 총리는 엑스(X·전 트위터)에 "이스라엘군에 제재를 가해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와의 전쟁 중 이런 조치를 하는 것은 "불합리함의 극치이자 도덕적 타락"이라며 "이에 맞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극우인사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도 엑스에서 "우리 군인들에 대한 제재는 레드라인"이라며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즉각 네짜 예후다를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안지구에서는 이날도 유혈 충돌이 이어졌다.
팔레스타인 당국은 이스라엘군이 서안지구를 급습, 팔레스타인 1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부상자를 이송하러 가던 구급차 운전자도 유대교 정착민들의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군은 19일 아침부터 '화약고'로 불리는 팔레스타인 툴캄 인근 누르 샴스 난민촌을 공습했으며, 20일까지도 무장 대원들과 총격전을 벌였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스라엘 군용 차량이 모여들고 총성이 들렸으며, 누르 샴스 상공에 맴도는 드론 최소 3대가 목격됐다고 전했다.
팔레스타인인들로 구성된 툴캄 여단은 소속 대원들이 이스라엘군과 교전을 벌였다고 밝혔다.
길이 100㎞, 폭 50㎞에 이르는 서안 지구는 1967년 3차 중동 전쟁에서 승리한 이스라엘이 서안지구에 정착촌을 건설, 유대인들을 이주시키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의 중심지가 돼 왔다.
유대인 정착촌은 이스라엘 정부의 비호 아래 확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인구 50만명을 넘겼다.
국제사회는 점령지역에 정착촌을 짓고 유대인을 이주시키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한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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