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내수에 2년 만의 1%대 성장…체감 경기와는 온도차

입력 2024-04-25 11:16   수정 2024-04-25 11:35

돌아온 내수에 2년 만의 1%대 성장…체감 경기와는 온도차
시장 전망치 2배 수준 달성…연간 전망치 상향조정할 듯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민경락 민선희 기자 = 한국 경제가 반도체 수출 개선에 내수 경기 회복까지 겹치면서 지난 1분기 '깜짝' 성장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 1.3%는 전문가들의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실적이다.
설비 투자를 제외한 대부분 분야에서 기대를 뛰어넘는 수치를 확인한 만큼 한은이 기존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2.1%)를 수정할 가능성도 커졌다.


◇ 9분기 만의 1%대 성장률…시장 전망 상회
분기 경제성장률(전분기 대비)이 1%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21년 4분기(1.4%) 이후 처음이다.
특히 시장 전망치를 2배가량 웃도는 수준이었다. 앞서 글로벌 투자은행(IB)은 1분기 GDP 성장률을 0.5~0.7% 정도로 예상해왔다.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대동소이했다.
1분기 한국 경제는 설비 투자를 제외한 대부분 분야에서 선전했다.
민간 소비는 재화와 서비스에서 모두 늘면서 0.8% 증가했다. 지난 1월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4 시리즈가 출시된 점도 재화 소비가 증가한 요인으로 꼽혔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속에도 건설 투자가 2.7% 증가했다. 정부 소비는 4·10 총선 등의 영향으로 0.7% 늘었다.
통계청은 지난 2월 산업활동동향 지표에서 제조업 생산이 3.4%, 광공업 생산이 3.1% 각각 전월보다 늘었다고 발표하며, 이 같은 서프라이즈를 예견하기도 했다.
이 중 민간 소비 반등은 특히 고무적으로 평가된다.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아 온 고질적인 내수 부진의 긴 터널에서 빠져나갈 희망이 보였다는 점에서다.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지난해 4분기 -0.4%포인트(p)였으나, 올해 1분기 0.7%p로 플러스 전환했다.
이런 가운데 한은이 집계하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올해 들어 4개월 연속 100선을 웃돌고 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기자설명회에서 "내수의 성장 기여도가 상당히 높게 나와 내수가 회복세를 보였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연간 전망치 상향 전망…기존 2.1%보다 높아질 듯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상향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2일 통화정책방향에서 "올해 성장률이 지난 2월 전망치(2.1%)에 부합하거나 상회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같은 날 "수출은 확실히 저희 예상보다 올라가고 있는데, 내수가 어떨지는 좀 더 자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당시 내수 회복세를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

한은은 지난 2월 경제전망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상반기 2.2%, 하반기 2.0%로, 연간으로는 2.1%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신 국장은 "지금 워낙 경기 회복세가 뚜렷한 것으로 보인다"며 "수정 경제전망에 1분기의 양호한 실적치가 반영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고환율, 고금리의 여건이 완화될 여지가 있어서 경기 개선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한은은 오는 5월 23일 수정 경제전망을 내놓는다.
글로벌 IB들은 이미 눈높이를 올리고 있다.
최근 UBS는 한국의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2.3%로 상향 조정했다. 씨티는 2.0%에서 2.2%로, HSBC는 1.9%에서 2.0%로 각각 전망치를 높여 잡았다.
이들은 반도체와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기대 이상의 호조를 보이면서 전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입을 모아 분석했다.

◇ '3고 현상' 지속에 체감 경기는 '글쎄'
다만, 한국 경제의 수치상 호조는 민생의 체감경기 악화와 다소 온도 차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 국민이 느끼는 경기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이유로는 고물가, 고유가, 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 현상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작황 부진에 따른 사과 등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3.1%)과 3월(3.1%)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 후퇴와 주변국 통화 가치 절하 등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은 17개월 만에 1,400원 선을 터치했다.
설상가상 이스라엘과 중동 충돌에 따른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한 점은 민생고를 가중하는 돌발 변수 중 하나로 꼽혔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 역시 3분기에서 4분기로 더 미뤄질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1분기의 깜짝 성장은 한국 경제에서 반도체 생산과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고, 관련 분야가 모처럼 회복된 데 기인한 측면도 있다.
앞서 이 총재는 "올해 IT(정보기술) 부문을 제외한 경제성장률은 1.6% 정도"라며 다른 분야의 여전히 낮은 성장 모멘텀을 우회 언급한 바 있다.
신 국장은 "체감 경기에 민감한 민간 소비와 건설 투자의 전반적인 여건이 녹록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분기에 내수가 좋게 나온 것은 앞서 민간 소비가 계속 부진하다가 반등한 측면이 있고 건설 투자에도 기저효과가 있었다"며 "과연 지속 가능할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hanj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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