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인터뷰…미 정부에 예외·유예기간 필요성 등 제기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한국 정부는 중국이 이차전지 음극재 핵심 소재인 흑연을 독점하고 있어서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제가 붕괴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전기차 제조사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을 받을 자격을 갖추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IRA에 따르면 2025년부터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을 외국우려기관(FEOC)에서 조달할 경우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문제는 중국 기업들이 세계 흑연 시장의 99% 이상, 인조 흑연 시장의 69%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안 장관은 중국 업체로부터 흑연을 확보해야 하는 배터리 업체들을 대상으로 예외나 유예기간을 주지 않으면 미국 전기차 보조금 제도 전체가 무너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상무부에 이 사안을 제기했다"며 "이런 시장 현실을 고려할 방법을 어떻게든 찾으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안 장관은 또 미국 차기 정부가 화석연료 투자를 지지하면서 IRA 요소를 수정, 폐기하면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석탄 연료 투자 증가를 선호하면서 IRA 폐기 위협을 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반도체와 배터리 관련 보조금을 이용하기 위해 미국 첨단 시설에 수백억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한 상태다.
한편, 안 장관은 한국 기업들의 해외 투자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관해 반대 의견을 밝히며, 인공지능(AI) 관련 하드웨어 수요 급증에 대응하려면 한국 외 지역에 추가 생산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중국, 미국, 일본의 가장 큰 차이는 인구가 적고 영토가 작다는 점"이라며 "한국에서 모두 생산할 수 없고 일부는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 등 다른 국가들이 국수적 산업 정책을 추구함에 따라 한국도 반도체 업체에 국내 생산 인센티브를 더 줘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안 장관은 미중 긴장이 심화하는 가운데 공급망 재조정이 이뤄지고, 다른 나라들이 중국과 대만 의존도를 낮추려고 하면서 한국은 수혜를 보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특정 국가로부터 위험을 줄이려고 하면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데 우리는 자체 요새를 구축하려는 국가들에 완벽한 파트너다"라며 "이것이 우리 생존 전략이다"라고 덧붙였다.
mercie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