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알아내 가족 대피시키려 했다" 진술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군사기밀을 러시아에 넘긴 혐의로 기소된 전직 독일 연방군 장교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핵무기가 사용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타게스슈피겔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토마스 H(54)는 29일(현지시간) 뒤셀도르프 고등법원에서 열린 1심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한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술 핵무기가 곧 사용될 것으로 생각했으며 핵무기가 터지는 시점에 대한 정보를 입수해 가족을 미리 대피시키려 했다고 말했다.
독일 연방군에서 전자전 시스템 조달 담당으로 일하던 그는 지난해 5월부터 베를린의 러시아 대사관과 본에 있는 러시아 총영사관에 군사기밀을 자진해 넘긴 혐의로 지난해 8월 체포됐다.
그는 독일 연방군 내부망에서 내려받은 자료를 CD에 담아 러시아 공관 우편함에 넣은 것으로 조사됐다. 러시아 측과 따로 접촉하거나 금품을 받은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또 친러시아 성향의 극우 독일대안당(AfD) 지지자의 틱톡 계정을 팔로우했으며 틱톡 영상을 보고 러시아 공관에 연락하기로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무기지원 문제로 독일이 전쟁 당사자로 비칠 수 있다고 걱정했는가 하면 시민 안전을 돌보지 않는 연방정부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고도 했다.
몇 년간 과로로 몸무게가 18㎏ 빠지고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으로 수면·불안장애에 시달리는 등 건강이 좋지 않아 '악순환'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재판장은 피고인이 주장하는 범행 동기를 이해할 수 없다며 기밀 누설보다 의사에게 가는 편이 더 쉬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6월 말까지 여섯 차례 더 공판을 연 뒤 판결을 선고할 계획이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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