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골의 질문과 한반도…"파리 위해 뉴욕 희생할 수 있나"
트럼프 안보보좌관 후보 발언이 던진 파장
美대선 결과 한국내 독자 핵무장론 확산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파리를 지키기 위해 뉴욕을 희생할 수 있습니까."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이 1961년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을 만났을 때 한 말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를 이끈 드골 대통령은 프랑스의 생존을 위해 자체 핵개발에 착수한다.
프랑스의 핵개발 역사는 2차 세계대전 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 과학자들도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 과학자들은 프랑스 과학자들을 부분적으로만 참여시켰다.
전후 대통령에 오른 드골은 1945년 10월 비밀 핵개발을 명하고 프랑스 원자력위원회(CEA)를 설립했다.
프랑스는 영국의 핵개발을 의식했다. 특히 1956년 2차 중동전쟁 당시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핵무기를 갖고 있던 소련의 핵위협은 양국을 자극했다.
그나마 영국은 당시 원폭 개발을 거의 완성하는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프랑스는 그렇지 못했다.
드골은 프랑스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는 "더이상 유렵의 강대국도 주권국일 수도 없다"는 인식 하에 "프랑스의 국익을 위해 독자적 핵타격력이 필요하며, 이것을 수년 내에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고 결심했다.
프랑스가 공개적으로 핵개발 의도를 드러내자 미국과 소련 등이 핵개발을 막기위해 강력한 압박에 나섰다.
특히 미국은 프랑스에 '핵우산을 제공하겠다'며 핵개발을 저지하려 했다. 드골이 미국의 특사에게 했다는 역사적 질문이 바로 "미국은 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뉴욕을 포기할 수 있는가"였다.
소련이 프랑스 파리를 핵무기로 공격할 때 미국은 뉴욕이 초토화되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파리를 위협하는 소련을 향해 핵공격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결국 프랑스는 1960년 2월 당시 프랑스 영토였던 알제리에서 프랑스 역사상 최초의 핵실험에 성공했다. 작전 암호명은 푸른 날쥐(Gerboise Bleue)였다.
드골은 핵실험 성공 이듬해 만난 케네디 미국 대통령에게 다시 한번 "파리를 위해 뉴욕을 희생할 수 있느냐"고 물은 것이다.
드골은 "어느나라든지 다른 나라를 도와줄 수는 있어도 다른나라와 운명을 함께해 주지는 않는다"는 유명한 말도 남겼다.
드골 대통령의 강력한 핵개발 의지는 이후 후발 핵개발 국가들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런데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트럼프 2기 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전략·전력 개발 담당 부차관보가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그는 지난 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자신의 싱크탱크 사무실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본질적인 사실은 북한은 미국에 주된 위협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이 그저 북한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 도시 여러 개를 잃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은 의회에서 추가 안보 예산안을 통과시킬 때도 너무 큰 저항에 직면해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가 북한이 한 짓 때문에 미국 도시 여러 개를 잃을 것이라고 보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더 나아가 "지정학이 핵 비확산보다 중요하다. 우리의 적이 핵무기를 가지는데 우리가 동맹의 핵무장을 막는다면 그게 비확산 정책의 승리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그는 특히 "한국이 핵무장을 하지 않는 대안을 훨씬 선호하지만, 모든 선택지를 테이블에 올려놓을 필요는 있다. 한국의 핵무장을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기본적으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핵우산 정책인 확장억제에 대한 비판을 바탕에 깔고 있지만, 미국이 자국 도시들을 희생하면서까지 한국을 북한의 핵 공격에서 보호하지 않을 수 있다는 논리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내에서는 최근 북한의 '사실상 핵무기 보유'에 대응해 한국도 자체 핵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돼왔다. 이른바 핵균형론의 확산인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확고한 확장억제 보장으로 이를 무마, 혹은 완화하려 했다.
하지만 오는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한국에서도 "서울을 지키려 뉴욕을 희생할 수 있느냐"는 '한반도판 드골의 질문'이 고개를 들 것으로 보인다.
lw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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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안보보좌관 후보 발언이 던진 파장
美대선 결과 한국내 독자 핵무장론 확산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파리를 지키기 위해 뉴욕을 희생할 수 있습니까."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이 1961년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을 만났을 때 한 말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를 이끈 드골 대통령은 프랑스의 생존을 위해 자체 핵개발에 착수한다.
프랑스의 핵개발 역사는 2차 세계대전 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 과학자들도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 과학자들은 프랑스 과학자들을 부분적으로만 참여시켰다.
전후 대통령에 오른 드골은 1945년 10월 비밀 핵개발을 명하고 프랑스 원자력위원회(CEA)를 설립했다.
프랑스는 영국의 핵개발을 의식했다. 특히 1956년 2차 중동전쟁 당시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핵무기를 갖고 있던 소련의 핵위협은 양국을 자극했다.
그나마 영국은 당시 원폭 개발을 거의 완성하는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프랑스는 그렇지 못했다.
드골은 프랑스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는 "더이상 유렵의 강대국도 주권국일 수도 없다"는 인식 하에 "프랑스의 국익을 위해 독자적 핵타격력이 필요하며, 이것을 수년 내에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고 결심했다.
프랑스가 공개적으로 핵개발 의도를 드러내자 미국과 소련 등이 핵개발을 막기위해 강력한 압박에 나섰다.
특히 미국은 프랑스에 '핵우산을 제공하겠다'며 핵개발을 저지하려 했다. 드골이 미국의 특사에게 했다는 역사적 질문이 바로 "미국은 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뉴욕을 포기할 수 있는가"였다.
소련이 프랑스 파리를 핵무기로 공격할 때 미국은 뉴욕이 초토화되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파리를 위협하는 소련을 향해 핵공격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결국 프랑스는 1960년 2월 당시 프랑스 영토였던 알제리에서 프랑스 역사상 최초의 핵실험에 성공했다. 작전 암호명은 푸른 날쥐(Gerboise Bleue)였다.
드골은 핵실험 성공 이듬해 만난 케네디 미국 대통령에게 다시 한번 "파리를 위해 뉴욕을 희생할 수 있느냐"고 물은 것이다.
드골은 "어느나라든지 다른 나라를 도와줄 수는 있어도 다른나라와 운명을 함께해 주지는 않는다"는 유명한 말도 남겼다.
드골 대통령의 강력한 핵개발 의지는 이후 후발 핵개발 국가들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런데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트럼프 2기 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전략·전력 개발 담당 부차관보가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그는 지난 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자신의 싱크탱크 사무실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본질적인 사실은 북한은 미국에 주된 위협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이 그저 북한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 도시 여러 개를 잃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은 의회에서 추가 안보 예산안을 통과시킬 때도 너무 큰 저항에 직면해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가 북한이 한 짓 때문에 미국 도시 여러 개를 잃을 것이라고 보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더 나아가 "지정학이 핵 비확산보다 중요하다. 우리의 적이 핵무기를 가지는데 우리가 동맹의 핵무장을 막는다면 그게 비확산 정책의 승리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그는 특히 "한국이 핵무장을 하지 않는 대안을 훨씬 선호하지만, 모든 선택지를 테이블에 올려놓을 필요는 있다. 한국의 핵무장을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기본적으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핵우산 정책인 확장억제에 대한 비판을 바탕에 깔고 있지만, 미국이 자국 도시들을 희생하면서까지 한국을 북한의 핵 공격에서 보호하지 않을 수 있다는 논리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내에서는 최근 북한의 '사실상 핵무기 보유'에 대응해 한국도 자체 핵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돼왔다. 이른바 핵균형론의 확산인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확고한 확장억제 보장으로 이를 무마, 혹은 완화하려 했다.
하지만 오는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한국에서도 "서울을 지키려 뉴욕을 희생할 수 있느냐"는 '한반도판 드골의 질문'이 고개를 들 것으로 보인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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