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성장의 토대인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전면 폐지하고 투자 규모를 대폭 확충하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이같은 주문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나왔다. 그간 예타 완화나 선별적 면제 조치가 정부 차원에서 거론되기도 했지만 R&D 부문에 한해 예타를 전면 폐지하기로 한 것은 전향적인 조치다. 현재 총사업비가 500억원(국비 300억원) 이상인 재정사업을 진행하려면 수개월에 걸친 예타를 거치게 돼 있다. 그러나 급변하는 기술 시대에 걸맞게 예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과학기술계에선 지속해 제기돼 온 게 사실이다. R&D 재정사업 부문이 예타 규제에서 벗어나 속도감있고 실효적인 성과를 낼 수 있게 될지 주목된다.
이날 회의에선 민생안정·역동경제·재정혁신 등 부문별로 정책 과제들이 논의됐다. 이들 과제에는 반도체 산업 지원, 의료개혁 추진, 국가 장학금 확충, 기초연금·생계급여 확대 방안 등 산업·민생·복지 관련 대책이 대거 포함됐다고 한다. 문제는 재정 여력이 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부가 할 일이 태산이지만 재원은 한정돼 있어 마음껏 돈을 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정부는 주요 정책 과제들에 대한 재정 투입 방안을 논의하면서도 모든 예산 사업의 타당성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효율성을 충분히 고려해야만 하는 작금의 상황을 보여준다. 재정 수요는 급격히 늘면서도 재정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은 것이다.
올해 들어 3월까지 나라 살림 적자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5월호에 따르면 3월말 기준 국세 수입은 84조9천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조2천억원 줄었다.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75조3천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월별 관리재정수지 집계가 시작된 2014년 이후 3월 누계 기준 가장 높은 수치다. 작년 같은 기간(54조원)과 비교하면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은 21조3천억원이나 확대됐다.
지난해의 경우 역대급 세수 감소 영향으로 관리재정수지는 87조원 적자로 당초 예산안 계획(58조2천억원)보다 크게 악화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9%였다. 앞으로도 내수 부양이나 저출산·고령화 등 중장기 현안에다 민생 관련 정책에 따른 재정 부담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지속된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내년도 예산안과 중기 재정운용 방항을 논의하는 최고위급 회의체다. 정부는 이날 논의된 내용을 2024~2028년 국가재정운용계획과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할 계획이다. 재정 동향과 추이를 면밀히 살피고 예산 사업에 대한 지출 구조조정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매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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