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등에 통보…해상 수리하면서 데이터 도청·미군 통신정찰 등 우려
中국영 수리업체 SBSS 선박들 주기적으로 위성 추적서 사라져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 미국 정부가 구글이나 메타 등 거대 통신기업들이 보유한 태평양 해저 인터넷 광케이블이 중국의 안보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당국자들은 해저 케이블이 중국의 수리 선박의 조작에 취약할 수 있다고 이들 기업에 비공개로 이례적 경고를 전달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리들도 최근 몇달 동안 중국 국영 해저 케이블 수리 회사 'SB 서브마린 시스템즈'(SBSS)를 비롯해 해저 케이블을 수리하는 중국 기업과 관련해 브리핑을 받았다고 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케이블 수리 선박을 주목하는 데는 서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해양 활동에 대한 안보 위협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미 당국자들은 중국이 대만 등에서 군사적 충돌이 있을 경우 미 국방부나 미국의 다른 기술적 이점들을 교란하기 위해 수십 년 동안 미국의 군사력에 대응하는 조치를 취해 왔다고 지적했다.
SBSS 관련 사안을 공개한 미 관료와 의회 관계자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우려가 기밀 정보에 대한 해상 스파이 활동에서 비롯된 것인지, 인터넷 인프라에 대한 잠재적 위협에서 비롯된 것인지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다만 미 국무부 당국자들은 SBSS가 무선 및 위성 추적 서비스에서 선박의 위치를 숨기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그 이유를 쉽게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 국가안보회의(NSC)는 해저 케이블 보안과 관련,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 의한 투명하고 안전한 방법으로 설치, 유지, 보수하는 데 기반을 두고 있다"며 "위성 선박 추적은 (수리) 선박에 대한 모니터링과 보안을 지원하는 조치의 하나"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WSJ가 자체 분석한 해운 데이터에 따르면 '푸하이', '푸타이', '볼드 매버릭' 등 SBSS 소속 선박은 대만, 인도네시아 및 기타 아시아 연안에서 운항하는 동안 주기적으로 위성 선박 추적 서비스에서 모습을 감췄다. 때로는 며칠간 위치가 파악되지 않은 적도 있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해운 데이터는 상업용 케이블 선박의 경우 이례적이며, 명확한 설명이 어렵다고 말했다.
거의 모든 국제 인터넷 트래픽은 길이가 수십만 마일인 해저 케이블에 의해 이뤄진다. 수십개의 케이블이 태평양 바닥을 가로지르면서 미국과 아시아, 여러 도서 사이에서 데이터를 전송한다.
SBSS는 해저 케이블 수리 선박을 제공하는 업체들의 역내 컨소시엄인 '요코하마 존'에 참여한 3개 회사 가운데 하나다. 중국과 한국, 일본을 거점으로 선박을 대기시키며, 미국 기업 등이 소유한 북서 태평양 지역의 케이블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끊어진 광케이블을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미 당국자들은 해저 케이블이 이처럼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 조작에 취약하다고 말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육상에서 글로벌 데이터 흐름을 도청하는 게 훨씬 쉽다고 얘기하지만, 해상 수리는 케이블을 원격으로 비활성화하는 장치를 설치하거나 다른 회사가 설치한 고급 중계기 기술을 파악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케이블 수리 선박이 해저 데이터 비밀 도청, 미군 통신 링크를 정찰하기 위한 해저 지도화, 케이블 장비에 활용되는 지적 자산 도난에 관여할 수 있기 때문에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게 미 당국자들의 전언이다. 이들은 특히 중국 선박이 중국군을 위해 케이블을 설치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주미 중국대사관 류펑위 대변인은 SBSS에 대한 미국의 우려에 대해 "중국 기업이 법에 따라 정상적인 사업을 하는 건 잘못된 게 아니다"며 "우리는 미국이 국가안보 개념을 일반화해 중국 기업을 공격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SBSS는 지난 1995년 중국과 영국의 합작 투자로 설립된 조인트 벤처회사다. 국영 차이나텔레콤이 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영국 기반 글로벌 업체인 마린 시스템으로부터 나머지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 있다. SBSS 홈페이지에는 중국 공산당 관계자가 경영진으로 재직 중이다.
min2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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