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해 국방전략 재검토…국방비 GDP의 2.5% 가능한 한 빨리"
보수당은 "性에 대한 혼란 끝낼 것"…보수 표심 잡기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여론조사 선두에 있는 제1야당 노동당이 집권시 핵 억지력을 유지하고 안보를 공고히 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여론조사에서 보수당에 크게 앞서며 집권 가능성이 커지자 과감히 '우클릭'하면서 중도보수 진영까지 지지층을 확장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3일(현지시간) 잉글랜드 북부 유세에서 "노동당은 국가 안보의 당"이라면서 "노동당은 우리나라의 안보와 병력, 핵 억지력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타머 대표는 핵 잠수함 4척 건조와 해상 억지력 유지, 효율적인 해상 순찰을 위한 잠수함 업그레이드 등 '핵 억지력 3중 잠금'을 약속했다.
또 "노동당 집권 시 첫해에 전략적 국방 재검토에 나설 것이며 가능한 한 빨리 국방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2.5%로 끌어올릴 것"이라고도 말했다.
GDP의 2.5% 국방비 증액안은 앞서 집권 보수당이 내놓은 계획과 같다. 보수당은 2030년을 달성 시점으로 제시했으나 노동당은 구체적인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중도좌파 성향의 노동당은 그동안 핵 군축 지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한 모호한 태도 등으로 안보 분야가 보수당과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취약점이었다.
우크라이나·가자지구 전쟁 등 국제적 안보 위기로 영국 총선에서도 국방이 주요 현안이 된 만큼 노동당이 표심을 잃지 않기 위해 '안보 공약'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국방을 강조해온 보수당의 리시 수낵 총리는 지난달 중순 보수당이 재집권해야 위험한 세계에서 안보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스타머 대표는 이날 "보수당 14년 집권 후 우리는 덜 안전해졌다는 게 진실이다. 우리 군은 나폴레옹 시대 이후 가장 규모가 작아졌다"며 "평화를 위해 쉴 새 없이 노력하면서도 싸울 채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노동당이 집권해 국방 전략을 재검토하고 병력을 증강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면 이를 이행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영국 국방부에 따르면 정규군은 올해 4월 기준 7만5천명으로, 2019년 총선 직전(7만9천명)보다 줄어 19세기 초 나폴레옹 전쟁 이후로 가장 작은 규모로 추정된다.
노동당은 현재 여론조사에서 보수당에 20%포인트 이상 앞서 있으나 의회 과반을 확보하기 위해 국방과 보건, 이민 억제 등에서 신뢰를 살 만큼 '변화된 정당'이라는 점을 부동층에 호소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해설했다.
2019년 총선 참패 이후 제러미 코빈에게 당권을 넘겨받은 스타머 대표는 노동당을 좀 더 중도로 이끈 것으로 평가된다.
보수당은 이날 보수 유권자 표심을 다지기 위해 2010년 제정된 '평등법'을 개정해 생물학적 성(性)을 바탕으로 여성을 보호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수낵 총리는 이날 성명에서 "여성과 소녀들의 안전이 중요하기에 성과 젠더의 정의를 둘러싼 현재의 혼란이 지속해선 안 된다"며 "보수당은 법 개정으로 사회 구성원 모두의 사생활과 존엄성을 지키는 방식으로 보호를 높일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평등법에 따르면 나이 및 장애, 종교, 인종, 성별, 성적 경향 등 '보호받는 특성'을 이유로 다른 사람을 차별하는 것은 불법이다.
'성'의 정의에는 논란이 있는데 보수당은 이를 생물학적 성으로 제한해 공중화장실이나 탈의실, 병실 등을 같은 성별의 사람끼리만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는 전통적 입장이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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