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엔비디아에 예약한 테슬라용 AI칩을 X와 xAI로 돌려"

입력 2024-06-05 00:29  

"머스크, 엔비디아에 예약한 테슬라용 AI칩을 X와 xAI로 돌려"
CNBC 보도…"테슬라 자율주행기술 개발 지연 우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전기차업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이자 엑스(X, 옛 트위터)와 인공지능(AI) 스타트업 xAI를 소유한 일론 머스크가 당초 테슬라에서 주문한 AI 반도체 칩을 X와 xAI에 먼저 배송하도록 지시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미 경제매체 CNBC는 4일(현지시간) 엔비디아의 내부 메모와 이메일을 입수해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엔비디아의 고위 간부가 작성한 메모에는 "일론은 원래 테슬라에 공급될 예정인 H100 GPU(그래픽처리장치) 1만2천개를 X로 재배정해 X의 H100 GPU 클러스터를 테슬라보다 우선해서 배치하고 있다"며 "대신 (올해) 1월과 6월에 예정된 X의 H100 1만2천개 주문은 테슬라로 재배정됐다"고 쓰여있다.
또 올해 4월 말 엔비디아 직원들의 이메일에는 머스크가 테슬라의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AI칩에 관해 언급한 내용과 뒤이어 X에 올린 글이 "(엔비디아의 AI칩) 예약과 상충된다"는 내용이 있었으며, 테슬라의 텍사스 공장에서 'H100 프로젝트'가 더 지연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내용도 있었다고 CNBC는 전했다.
머스크는 지난 4월 콘퍼런스콜에서 테슬라가 올해 말까지 엔비디아의 주력 AI 칩인 H100 활용 개수를 3만5천개에서 8만5천개로 늘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며칠 뒤 X에 올린 글에서 "테슬라는 올해 훈련과 추론 AI를 결합하는 데 약 100억달러(약 13조7천700억원)를 지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CNBC는 지난 2월 엔비디아의 내부 이메일에는 머스크가 xAI를 위해 노스다코타에 "세계 최대의 GPU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6월에 일부 용량을 온라인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내용도 있다고 전했다.
또 엔비디아의 메모에는 올해 말까지 xAI에 10만개의 칩을 모두 제공해야 한다는 '머스크의 지시' 내용이 기술돼 있다고 CNBC는 덧붙였다.
엔비디아는 CNBC의 보도 내용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으며, 머스크와 테슬라 측은 관련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의 AI 칩에 대한 주문이 폭주해 공급량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CNBC는 엔비디아의 AI 칩을 테슬라보다 X와 xAI에 먼저 배정한 조치가 테슬라에서 원하는 만큼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외부에서 AI를 개발하겠다는 머스크의 언급을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지난 1월 X에 게시한 글에서 "25%의 의결권(지분) 없이 테슬라를 AI 및 로봇 공학 분야의 리더로 성장시키는 것은 마음이 불편하다"며 이 정도의 지분을 갖지 못한다면 "테슬라 외부에서 제품을 만드는 것을 선호한다"고 밝힌 바 있다.
CNBC는 테슬라의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제출된 위임장 서류에 따르면 머스크는 회사 발행 주식의 20.5%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수치에는 2018년 보상 패키지로 머스크에게 부여된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테슬라는 2018년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승인된 보상 계약에 따라 경영 성과를 달성한 머스크에게 총 560억달러(약 77조원) 규모의 스톡옵션을 지급했으나, 소액주주인 리처드 토네타가 이 보상 계약을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올해 1월 잠정 승소하면서 머스크가 스톡옵션을 다시 토해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테슬라 이사회는 이 판결에 항소할 계획이며, 투자자들이 여전히 머스크에 대한 보상을 지지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이 보상안을 재승인하는 안건을 오는 13일 열리는 주총 투표 안건으로 올린 상태다.
mi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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