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테논 마블스' 반환 논쟁에 튀르키예, 그리스 지원사격

입력 2024-06-06 03:36  

'파르테논 마블스' 반환 논쟁에 튀르키예, 그리스 지원사격
유네스코 튀르키예 대표 "합법 반출 입증하는 문서 발견못해"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그리스가 영국 박물관에 '파르테논 마블스' 반환을 촉구하는 가운데 최근 그리스와 관계 개선을 추진 중인 튀르키예가 우군으로 나섰다.
5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9∼3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산하 문화유산 반환촉진 정부간위원회(ICPRCP) 회의에서 튀르키예 대표는 영국 반입의 적법성 여부에 의문을 제기했다.
유네스코 튀르키예 대표인 제넵 보즈는 19세기 초반 당시 그리스를 지배했던 오스만제국의 술탄(군주)의 칙령에 따른 합법적인 반출이라는 영국의 주장에 대해 그러한 문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보즈는 이날 AP 통신에 "튀르키예는 오스만제국의 후계자로서 당시 합법적으로 판매된 물건과 관련한 문서를 보관하고 있다"라며 "역사가들이 수년 동안 오스만제국 기록 보관소에서 관련 문서를 찾아봤지만 그 매각이 합법적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칙령은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네스코 산하 ICPRCP 회의에서 영국 대표가 '파르테논 마블스'를 오스만제국으로부터 합법적으로 구입했다는 발언을 하는 것을 보고, 개입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침묵을 지킨다는 것은 영국의 주장을 인정하는 것과 같았을 것"이라며 "나는 '우리는 그런 문서를 알지 못한다'고 말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파르테논 마블스는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에 있던 160m 길이 '프리즈(건물 윗부분을 장식하는 띠 모양의 조각이나 그림)'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대리석 조각으로, '엘긴 마블스'라는 이름으로도 유명하다.
그리스는 영국 외교관 '엘긴 백작' 토머스 브루스가 19세기 초반 오스만제국 치하 그리스에서 파르테논 신전 대리석을 가져간 행위를 절도로 본다.
그러나 영국은 당시 오스만제국에 파견된 특별대사 엘긴이 오스만제국과의 합법적 계약을 통해 획득한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양국은 수십 년째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영국과 그리스의 정상회담이 돌연 취소됐는데, 이는 양측이 파르테논 마블스를 두고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었다.
튀르키예가 영국이 '파르테논 마블스'를 사수하기 위해 수십 년 동안 구사해왔던 방어논리를 무너뜨리자 그리스는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리나 멘도니 문화부 장관은 엘긴 백작이 파르테논 신전 대리석을 불법적으로 떼어갔다는 그리스의 주장에 튀르키예 대표가 힘을 실어줬다고 평가했다.
멘도니 장관은 "엘긴에게 파르테논 신전 대리석을 그렇게 잔인하게 다룰 수 있도록 허락한 오스만제국의 칙령은 없었다"며 "튀르키예 대표는 우리가 몇 년 동안 주장해온 내용을 확인해줬다"고 말했다.
에게해를 사이에 둔 그리스와 튀르키예는 19세기부터 잦은 전쟁과 에게해 영유권 분쟁, 키프로스 분쟁 등으로 대립했으나 지난해 2월 대지진을 겪은 튀르키예에 그리스가 지원의 손길을 내민 것을 계기로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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