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정부가 축구 구단인 AS로마 창립자이자 악명 높은 파시스트인 이탈로 포스키(1884-1949) 기념우표를 발행해 '파시스트 미화' 논란에 휩싸였다.
7일(현지시간) 현지 일간지 라레푸블리카 등에 따르면 전날 산업부 청사에서 AS로마 전현직 선수와 포스키의 후손들이 참석한 가운데 포스키의 얼굴이 담긴 기념우표가 공개됐다.
아돌포 우르소 산업부 장관은 AS로마 구단 창립자를 기리기 위한 것일 뿐 다른 정치적 의미는 없다고 주장했지만, 포스키의 과거 전력 때문에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포스키는 1920∼1940년대 이탈리아를 철권 통치한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의 충실한 추종자 중 한 명으로 야당 지도자 탄압에 앞장섰다.
1924년 파시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던 좌파 정치인 자코모 마테오티가 암살된 뒤 포스키는 살해범 중 한 명인 아메리고 두미니에게 "당신은 영웅입니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현지 일간지 라스탐파는 산업부가 오는 10일 마테오티를 기리는 우표를 발행할 예정이라는 점에서 포스키 기념우표는 역설적이라며 "이탈리아의 판테온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꼬집었다.
판테온은 그리스어의 "모든 신들"이라는 말에서 유래한 말로 모든 신을 모시는 신전을 뜻한다.
제1야당인 민주당(PD)의 프란체스코 베르두치 상원의원은 "우리 공화국 역사에 오점으로 남을 불쾌하고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우르소 장관에게 우표 발행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파시즘 전문 역사가인 프란체스코 필리피는 "이탈로 포스키는 단순히 AS로마의 창립자가 아니다. 그는 1923년 이탈리아 파시즘이 로마시를 장악할 수 있었던 토대를 제공했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포스키는 이탈리아 파시스트 정권을 대표하는 최악의 인물 중 하나"라며 "그에게 우표를 헌정하는 것은 이탈리아의 집단적 기억에 대한 또 다른 모욕"이라고 덧붙였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집권 전부터 국제사회로부터 '파시즘의 계승자'로 의심받았다.
그는 파시즘 창시자 무솔리니를 추종하는 네오파시스트 정당인 이탈리아사회운동(MSI)에서 정치를 시작했고, 과거 인터뷰에서 무솔리니에 대해 "그가 했던 모든 일은 조국을 위한 것이었다"고 추켜올렸다.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은 MSI를 계승한다. 우르소 장관은 FdI의 핵심 멤버로 꼽힌다.
멜로니는 2022년 10월 총리직에 오른 이후 파시즘 부활 우려에 대해 거듭 선을 그어왔지만, 전문가들은 멜로니 집권 이후 이탈리아 내에서 파시즘이 미묘하게 서서히 부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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