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집권시 '조력 사망' 도입 무산, 공영방송 민영화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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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의회 선거 참패로 의회를 전격 해산하면서 조력 사망 법안 등 정부가 추진해 온 개혁 법안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13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몽드, 리베라시옹에 따르면 의회 해산으로 16대 국회에서 논의 중이던 모든 법안이 폐기됐다.
마크롱 대통령이 강하게 밀어붙인 '조력 사망' 법안이 대표적이다.
2022년 재선에 성공한 그의 공약 중 하나인 이 법안은 완전한 판단 능력을 갖춘 성인을 대상으로 엄격한 조건에 따라 조력 사망을 허용하는 게 골자다.
법안에 따르면 치료가 불가능하고 고통을 완화할 수 없는 치명적인 신체적·정신적 질병을 앓는 환자가 의사에게 조력 사망을 요청하면 의사가 약물을 처방하되 투약은 환자 본인이 하거나 가족 등 신뢰할만한 제3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지난달 말부터 국회 심사에 들어갔으나 갑자기 의회가 해산되면서 공중 분해됐다. 의회는 애초 14일까지 법안 문구를 심사하고 18일 투표할 참이었다.
법안 보고자인 범여권 모뎀(Modem)의 올리비에 팔로르니 의원은 "최근 10년 내 가장 중요한 사회적 법안이 될 수 있었는데 갑자기 중단돼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 법안은 오는 30일과 내달 7일 치러지는 조기 총선 이후 새 국회가 꾸려지면 처음부터 다시 심사받아야 한다.
문제는 총선에서 극우 국민연합(RN)이 1당 지위에 올라 정부를 이끌게 될 경우 이 법안은 무기한 보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간 하원에서 RN 의원들은 이 조력 사망법이 "죽음을 돕는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내왔다.
RN의 세바스티앙 슈뉘 대변인은 지난 10일 RMC 라디오에 출연해 "이 법안을 다시 채택하는 게 즉각적인 우선순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이자 조력 사망법안을 지지하는 드니 라바일은 10일 프랑스 앵테르에 출연해 "RN이 집권하면 이 법안은 무기한 연기될 게 뻔하다"고 개탄하며 "그 사이 환자들은 인도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죽어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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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프랑스판 BBC'를 꿈꾸며 밀어붙인 공영방송 합병 건도 원점으로 돌아간다.
법안의 핵심은 프랑스 텔레비전과 라디오 프랑스, 프랑스 메디아 몽드, 국립시청각연구소(INA)를 한 회사로 통합하는 것이다. 내년 1월 '프랑스 메디아'라는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2026년 완전 합병하는 게 목표였다.
이들 방송사는 정부의 합병 계획에 반발해 파업까지 결의했으나 법안이 폐기되면서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더 나아가 RN이 집권할 경우 민영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슈뉘 RN 대변인은 같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는 예산 가용성과 프랑스 국민의 이익을 고려해 선택할 것"이라며 "공영 방송 민영화는 신속히 시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RN이 집권할 경우 "공영방송을 학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동산 시장을 교란하는 주범으로 지목된 공유형 숙박 시설의 규제 강화 법안도 애초 이번 달 표결에 부쳐졌어야 했으나 무산됐다.
현재 프랑스에선 에어비앤비처럼 가구가 딸린 관광용 숙박 시설은 71%의 소득 공제율을 적용받는다. 가구가 비치된 일반 임대 숙소의 공제율이 50%, 그렇지 않은 일반 임대 숙소의 공제율이 30%인 것에 비하면 상당한 특혜다.
법안은 이에 따라 이들 공제율을 40%로 동일하게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지자체장들에게 지역에 맞는 규제 조건을 설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확대 부여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다만 이 법안은 의회 심사 과정에서 별다른 이견이 없었던 만큼 새 국회가 구성되더라도 조기에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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