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주'인줄 알았더니…동남아에서 팔리는 태국산 소주

입력 2024-06-19 09:00  

'한국 소주'인줄 알았더니…동남아에서 팔리는 태국산 소주
"소주 시장 커지면서 스미노프·타이거맥주 등 경쟁 뛰어들어"
'진로 소주' 베트남서 맥주 3배 가격…"20대 여성들 즐기고 과일소주 인기"


(하노이=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지난 13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 한 일본계 슈퍼마켓의 단독 매대에 '청포도에 이슬' 같은 하이트진로[000080]의 과일소주가 눈에 잘 띄게 진열돼 있었다.
그 옆쪽으로는 보드카와 함께 여러 브랜드의 초록색 병이 줄을 지어있었다.
'○○에 이슬'이라는 이름의 하이트진로 과일소주를 빼면 나머지 브랜드는 생소했다.
'한국제품'(Product of Korea)이라는 문구가 크게 쓰여 있는 '아라'는 청사과에서 딸기까지 과일소주 5종이 있었다.
뒷면을 보니 보해양조[000890] 제품이었다. 보해양조는 2020년 동남아 수출 전용으로 '아라'를 내놨다.
'담소', '힘' 등 국내 중소기업의 과일소주도 판매되고 있었다.
하지만 초록색 병에 영락없는 한국 소주 같은 '태양소주'는 깨알 같은 크기의 제조회사 주소를 확인하고서야 태국 제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제조사는 '타완당 1999'라는 회사였다.
하이트진로가 청포도, 복숭아, 자몽, 딸기, 자두 등 5종의 과일소주를 판매하는 것과 비슷하게 '태양소주'도 딸기, 자몽, 복숭아, 포도 등 5종이 있었다. 도수는 하이트진로의 과일소주와 동일한 13도였다.

황정호 하이트진로 해외사업본부 전무는 '유사 소주'라는 용어를 쓰면서 "베트남에도 유사 소주가 넘쳐난다. 27개 브랜드, 170가지 이상"이라면서 "하이트진로의 소주 수출 전략 국가 17개국 대부분에서 유사 소주가 넘친다"고 말했다.
황 전무는 보드카로 유명한 스미노프와 싱가포르 타이거맥주도 '유사 소주' 제품을 내놨다면서 "거의 모든 회사가 소주 시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시장이 커져 돈이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젊은층 사이에서 K드라마나 K팝 인기에 힘입어 소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 소주 대중화에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남아에서는 일반 소주보다 과일소주의 인기가 높다.
베트남에서는 소주가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슈퍼마켓에서 본 하이트진로 과일소주 가격은 6만5천동(약 3천500원)으로 하이네켄 맥주 캔(2만500동)의 3배가 넘었다.

이날 하노이 구시가지 호안끼엠 호수 근처 따히엔 맥주 거리에서도 한국 소주가 입지를 넓혀간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진로 소주' 티셔츠를 입은 여성들이 맥주 거리를 돌면서 진로 소주를 주문하는 소비자에게 잔이나 인형을 사은품으로 나눠주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맥주 거리 주점 78곳 가운데 64곳에서 과일소주와 참이슬 후레쉬를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은 많이 판매되지는 않지만, 입점률은 작년 이맘때 40%에서 지금은 82%까지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 주점에서 진로 소주 가격은 12만동으로 가장 비싼 편이었다. 다른 주점에서는 소주가 15만동(약 8천원)으로 버드와이저(5만동)의 3배였다.
진로 관계자는 "소주가 비싸지만, 베트남 소득이 올라가 소주 판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100m 넘게 이어진 맥주 거리를 지나다가 야외 테이블에서 진로 과일소주를 마시는 20대 현지 여성 2명을 만났다.
올해 21살 대학생으로 자신의 이름을 린으로 소개한 여성은 과일소주 가운데 복숭아 맛을 좋아하며 청포도 맛은 이날 처음 마셔본다고 했다.
그는 "맥주보다 3배 정도 비싸지만, 가끔 기분 내러 마신다"면서 "친구들은 소주를 알지만, 우리 부모는 소주를 모른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BTS와 세븐틴 등 K팝을 좋아하며 김밥 등 한국 음식을 즐겨 먹는다고 덧붙였다.
맥주 거리에는 하이트진로에서 '진로'라는 이름을 빌려 쓰는 한국식 고깃집도 있었다. 현지인들은 삼겹살을 구우면서 소주잔을 기울였다.
손님은 거의 현지인으로 20대 중후반 여성 직장인 고객이 많다고 업주 김광욱 씨는 전했다.
그는 ""과일소주와 일반 소주는 7대 3 정도로 팔린다"면서 "한국 드라마가 유명해지면서 '소맥'을 마시는 손님도 더러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고깃집을 찾은 22세 여성 레티튀항 씨는 "마트 시음 행사에서 소주를 처음 마셔봤다"면서 "주로 고기와 같이 마시고 피크닉 가서 요구르트와 섞어 마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y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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