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거버넌스포럼 세미나…"딴주머니 차지말고 주주와 한배 타라는 것"
"배임죄 우려 없이 충실의무 규정 가능"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뿐 아니라 주주도 포함하게 하는 상법 개정이 정부 밸류업 정책의 핵심이며, 이에 대한 경제단체들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랫동안 상법제382조의3 이사의 충실의무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일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열린 기업거버넌스포럼 세미나에서 "충실의무 개정이 추상적이라고 하지만 이 법은 실용성이 있고 임팩트가 크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교수는 기업가치를 '기업이 미래 벌어들일 순현금흐름의 현재가치 합계', 주식가치를 '주식이 미래 벌어들일 순현금흐름의 현재가치 합계'로 전제한 뒤 "문제는 기업가치와 주식가치의 괴리"라고 짚었다.
한국에서는 기업이 벌어들인 돈이 주주에게 흘러 들어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주식가치는 기업가치와 분리돼 낮아질 수밖에 없고, 정부의 정책은 이렇게 할인된 주식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기업가치를 주주에게 전달, 배분하는 과정에서 이익이 침해된다"며 제3자배정 신주발행과 물적분할, 경영권 승계를 위한 계열사 확장 등을 예로 들었다.
이어 "현재 한국의 충실의무는 기업가치 보호만 인정하고 주주(주식)가치 훼손에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할인 현상이 방치되고 있다고 짚었다.
결국 밸류업의 핵심 타깃은 기업가치가 주주가치와 괴리되는 이른바 '누수효과'가 돼야 한다며 상법 개정은 '주주가치 훼손을 금지하고 주주가치 증진 의무를 부담하도록 이사의 업무 내용을 바꾸는 것'이라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회사법 구조를 파괴한다', '단기 이익만 추구하게 된다' 등 경영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우려를 반박했다.
그는 "지금까지 '회장님' 의중에 따라 쭉 해왔는데 갑자기 그러지 말고 전체 주주를 상대로 하라고 하면 혼란스럽겠으나 그건 개인 입장의 혼동인 거고 법리나 내용이 혼란스러운 건 아니다"라며 "딴 주머니 차지 말고 주주와 한배를 타라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또 해외에서는 법 조항이 아니라 오랜 기간 일반 원칙으로 인정되고 있으며, 단기 이익 추구 우려에 대해선 "지난 10년간 한국 주식시장 주주환원율이 30%대였는데 얼마나 더 기다려야 '장기'냐"고 꼬집었다.
이사 충실의무 확대로 배임죄 범위 역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에는 일견 공감하면서도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사안은 형사가 부적합하고 민사가 적합하다"고 전제한 뒤 배임죄를 폐지하면 형사 절차가 담당하던 억제효과와 증거수집기능 등이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토론자로 나선 천준범 변호사는 "배임죄 성립 없이 주주 충실의무를 규정할 수 있다"며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보호해야 한다고 규정하면 배임죄와는 멀어진다"고 주장했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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