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만 앙상…부모 품에서 굶어 죽어가는 가자지구 아이들

입력 2024-06-26 10:28  

뼈만 앙상…부모 품에서 굶어 죽어가는 가자지구 아이들
먹지 못하는 임신부…태아·신생아도 위험 내몰려
"50만 명 치명적인 식량 부족 시달려"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저는 눈앞에서 아들을 잃고 있어요."
팔레스타인 주민 가니마 주마는 9살 된 아들 유니스를 품에 꼭 안고 있었다. 유니스는 심각한 영양실조와 탈수 증세로 가자 남부 칸 유니스의 나세르 병원에 실려 왔다. 유니스의 움푹 팬 얼굴은 창백했고, 앙상한 다리는 축 늘어져 있었다.
주마는 "양심 있는 사람들에게 요청한다"며 "아들이 치료받고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미국 CNN방송은 25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주마가 처한 현실을 보여주면서 8개월 넘게 이어진 전쟁통에 식량 부족으로 고통받는 가자의 참상과 주민들의 절절한 호소를 전했다.
주민들은 식량과 물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자신들의 자녀들이 굶어 죽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가자지구 주민 이스마일 마디는 4살짜리 아들 아흐마드가 영양실조로 황달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은 살아남지 못할 것 같다"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해 "정치적 갈등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이 아이를 구하기 위해 개입해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한 뒤 며칠이 안 돼 아흐마드는 숨을 거뒀다고 CNN은 전했다.
식량뿐 아니라 깨끗한 물을 구할 수 없는 환경도 가자 주민들의 고통을 키우고 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가자지구의 수도·위생 시설의 67% 이상 파손된 것으로 보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가자지구에 있는 폐수처리장 5곳이 모두 폐쇄됐다.
가자지구 주민 하산 칼라시는 "우리가 얻는 유일한 물은 원조를 통해 받는 물 뿐"이라며 "사람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가자지구의 식량 위기와 물 부족 문제는 산모와 태아, 신생아들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
제대로 먹지 못한 임신부는 조산할 가능성이 더 높고, 저체중으로 태어난 신생아는 사망 가능성이 더 높다.
가자 북부 카말아드완 병원에서 태어난 지 나흘 된 딸을 잃은 아흐메드 마카트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기들이 죽어가고 있다"며 "이는 신의 결정이지만, 사람들이 야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유엔의 기아 감시 시스템 통합식량안보단계(IPC) 보고서는 앞으로 3개월 안에 가자지구의 거의 모든 지역이 기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가자지구 주민 약 50만 명이 치명적인 수준의 심각한 식량 부족에 직면한 상태다.
또한 가자지구 가구의 절반 이상은 종종 먹을 것이 전혀 없는 상황에 처했고, 20%는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hrse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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