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반입돼 미·필리핀 합동훈련서 사용…중·러는 그간 반발해와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미군이 필리핀에 배치해 미국·필리핀 합동 훈련에 사용한 최신 중거리 미사일 체계를 미국으로 철수하기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4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인콰이어러와 교도통신에 따르면 미군은 지난 4월 필리핀 북부 루손섬에 배치한 중거리 미사일 발사 시스템인 '중거리 화력 체계'(MRC)를 오는 9월 본토로 철수할 계획이라고 필리핀군 대변인 루이 데마알라 대령이 밝혔다.
데마알라 대령은 MRC가 "계획대로 9월까지 우리나라 밖으로 반출될 것"이라면서 "훈련 목적으로만 이용됐다"고 말했다.
MRC는 지난 4월 11일 필리핀에 반입됐으며, 4∼6월 진행된 양국 연례 합동훈련인 '발리카탄'과 '살락닙'에서 사용됐다.
이는 미국이 1987년 옛 소련과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체결했다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9년 조약에서 탈퇴한 이후 첫 중거리 미사일 배치 사례다.
'타이폰'(Typhon)으로도 불리는 MRC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SM-6 신형 요격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놓고 필리핀과 대립하는 중국은 타이폰의 필리핀 배치에 강하게 반발해왔다.
지난 5월 말 둥쥔 중국 국방부장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만나 MRC 배치가 아시아의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평화·안정을 해친다고 주장했다.
그는 6월 2일 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도 MRC 배치와 관련해 필리핀을 겨냥해 "결국 자신이 지른 불에 타 죽을 것(引火燒身)"이라고 하는 등 극심한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이 중·단거리 미사일을 필리핀과 덴마크 등 유럽과 아시아에 배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러시아도 대응할 수밖에 없다면서 핵 탑재가 가능한 중·단거리 지상 기반 미사일을 다시 생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INF에 따라 금지된 중·단거리 미사일 생산·배치를 러시아가 재개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미국이 필리핀에서 MRC를 철수하는 이유, 그리고 철수 결정이 중국·러시아의 반발과 관련이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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