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노동당 '붉은 벽' 부활…14년 절치부심 끝에 '중도화' 포석

입력 2024-07-05 12:23  

英노동당 '붉은 벽' 부활…14년 절치부심 끝에 '중도화' 포석
2010년 총선 참패 후 '변화' 민심 불씨…스타머 취임이 터닝 포인트
"효율성으로 이기는 정당 만들어…보수당은 팬데믹 거치면서 자중지란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영국 노동당이 4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정권을 탈환했다.
지난 2010년 총선 패배로 17년간 유지한 노동당 정권을 보수당에 넘겨준 후 14년 만에 거머쥔 쾌거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확인되기 시작한 '변화'에 대한 영국 국민의 갈망을 제대로 읽고, 기존의 정치 문법을 따르지 않는 키어 스타머라는 지도자 아래서 진지하고 실용적인 태도로 당을 재건한 것이 승리를 견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동당은 토니 블레어의 진두지휘로 의석 659석 중 418석을 휩쓸었던 1997년 총선 이후 17년간 집권했으나, 2010년 보수당에 정권을 내줬다.
이후 4번의 총선에서 내리 연속 보수당에 패배하면서 외면받았다.
특히 2019년 총선에서는 1935년 이후 최악의 패배를 기록했다.
당시 '붉은 벽'(red wall)으로 불리는 전통적 강세 지역인 미들랜즈, 북잉글랜드에서 노동당 후보들이 대거 낙선했다.
2016년 국민투표로 결정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수년간 의회 동의를 받지 못하고 표류하자 '브렉시트를 완수하겠다'는 보수당에 민심이 쏠린 상황에서, 당시 노동당 대표가 브렉시트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아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젊은 표심까지 잃은 것이 대패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 사건으로 확고한 좌파 성향으로 당을 장악했던 제러미 코빈 대표가 물러나고, 법조인 출신으로 정계에 입문한 지 5년밖에 되지 않았던 스타머가 대표직을 물려받게 된다.
스타머 대표는 인권 변호사를 거쳐 2008년부터 5년간 잉글랜드·웨일스를 관할하는 왕립검찰청(CPS) 청장을 지낸 인물로, 2015년 하원의원 당선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스타머 대표 아래서 노동당이 방향을 바꿨다고 평했듯이 스타머 대표는 취임 후 당에 대대적인 변화를 줬다.
그는 영국 에너지 산업 국유화 정책, 대학 등록금 폐지, 초고소득자 소득세 인상과 같은 진보적 공약을 철회했고, 노동당에 붙은 반애국주의적이라는 딱지를 떼기 위해 영국 군대를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당 중심부나 선거 출마자 중에서 지나치게 좌파적이라고 여겨지는 인물을 제거했고, 노동당의 그림자 내각에도 중도파를 포진시키면서 중도 확장을 통한 지지층 확대를 노렸다.
그는 마거릿 대처 총리나 토니 블레어 총리 등 과거 영국 지도자들이 보여준 특유의 카리스마는 없지만 진지함과 실용성으로 민심을 두드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스타머 대표가 스타성 없이도 위업을 이룩했다면서 "의회에 입성한 지 10년이 되지 않았고, 1930년대 이후 최악의 선거 패배를 당한 지 5년도 되지 않았지만, 그는 세 명의 보수당 총리의 실패 경험을 기회로 삼아 무자비한 효율성으로 노동당을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정당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스타머 대표가 당을 정비하는 동안 보수당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코로나19 대유행 와중에 방역 수칙을 어기고 술판을 벌인 '내로남불' 의혹으로 자멸 끝에 총리직에서 사퇴했다.
뒤를 이어 리즈 트러스가 총리직에 올랐으나, 역대 최대 규모 감세안을 발표하면서 금융시장 대혼란을 초래하고 49일만에 물러났다. 영국 역사상 최단기 총리였다.
이후 등장한 인도계 리시 수낵 총리는 총리들의 잇따른 사퇴로 촉발된 정치적 혼란 속에 물가 급등, 경제 둔화, 공공서비스 악화 등에 대응하다 조기 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으나 '무능한 보수' 심판론에 결국 참패했다.
영국에서 시장 친화적 매체로 꼽히는 이코노미스트와 FT도 이번 선거에서는 이례적으로 노동당을 지지했다.
타블로이드지인 더선도 노동당을 지지하면서 "보수당의 문제는 지난 14년 동안 국가를 운영하는 것보다 내부 싸움에 더 관심을 가진 것"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withwi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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