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투자유치·해외 조립기지 구축 등 투트랙 전략
한국 등 동아시아 의존도↓…남미·남아시아·아프리카엔 해외기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첨단 반도체의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 전략은 미국 본토에 대한 투자 유치, 해외 조립기지 구축 등 두 갈래로 이뤄진다.
일단 텍사스나 애리조나 등 미국 내에 첨단 반도체를 제조할 공장을 끌어들이는 게 우선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반도체는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등 지역별 거점에서 마지막 조립을 마친 뒤 세계로 각지로 팔려나간다.
미국 정부 당국자와 연구자들은 동맹, 우방과 공조가 필수적인 이 같은 전략을 '칩 외교'(chip diplomacy)라고 부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자제품의 두뇌인 반도체를 미국 내에서 더 많이 만들면 미국이 더 번영하고 안전해진다고 본다.
지난 5일 ABC방송 인터뷰에서 한국의 수십억달러 투자를 유치했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칩 외교'의 성과를 자부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나선 배경에는 중국과의 기술패권 경쟁이 자리를 잡고 있다.
반도체는 '산업의 쌀'이라고 불릴 정도로 현대사회의 모든 기술력의 토대가 된다.
중국은 미래 산업 다수 부분에서 미국을 앞서거나 위협하며 반도체 제조 능력도 계속 키워가고 있다.
특히 중국은 세계 반도체의 60% 이상, 첨단 반도체의 거의 전부를 만드는 대만을 자국에 통일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반도체 자생력을 키워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고 중국의 공급망 훼손 위험도 시급히 회피해야 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등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추진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후 3년 동안 미국에 유치한 반도체 투자는 3천950억 달러(약 546조원), 친환경 기술 투자는 4천50억 달러(약 560조원)에 달한다.
기본적으로 미국 정부는 바이든 대통령이 주도한 반도체법 덕분에 미국의 첨단기술 제조업에 투자가 유치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면서 코스타리카, 인도네시아, 멕시코, 파나마, 필리핀, 베트남, 케냐 등에 반도체 해외기지 건설을 타진하고 있다.
NYT는 동아시아에 대한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쉬운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국, 대만, 중국이 미국보다 숙련된 저임 노동자를 보유하는 데다가 자국 반도체 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도 한다는 얘기다.
이익단체 미국반도체산업협회, 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올해 5월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제조에서 미국의 점유율은 현재 10%에서 2032년 14%로 오를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 공급사슬을 바꾸기 위해 '당근과 채찍' 전략을 쓰고 있다.
반도체법에 따라 미국 투자 때 보조금을 준다고 홍보하기도 하고 중국에 반도체 제조장비를 팔지 못하도록 강압하기도 한다.
지난달 일본, 네덜란드에는 미국 상무부에서 수출규제를 담당하는 당국자가 찾아와 첨단기술 이전 자제를 압박했다.
다만 NYT는 미국의 칩 외교가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이 지속될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이기면 어떤 변화가 뒤따를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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