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연구팀 "스칸디나비아 신석기인 DNA 분석…17%에서 페스트균 발견"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페스트균(Yersinia pestis)으로 전염되는 흑사병은 중세에 유행해 유럽 인구를 3분의 1이나 감소시킨 것으로 유명하지만, 그보다 훨씬 전인 5천여년 전 후기 신석기 시대에도 3차례 유행해 인구 붕괴의 원인이 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https://img.wowtv.co.kr/YH/2024-07-11/AKR20240710174300017_01_i.jpg)
덴마크 코펜하겐대 프레데리크 시어스홀름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11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서 스칸디나비아에 있는 후기 신석기 농경인 108명의 유골 DNA를 분석한 결과 18명(17%)이 흑사병 원인균인 페스트균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5천300~4천900년 전 후기 신석기 시대에 유럽 여러 지역에서는 인구가 갑자기 크게 감소하는 '신석기 쇠퇴' 사건이 발생했다. 원인에 대해서는 전염병과 기후변화 등 다양한 가설이 제기됐지만 아직 원인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이전 다른 신석기 시대 유골 연구에서 페스트균이 확인돼 흑사병 유행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당시 흑사병이 소규모 사건이었는지 대유행(팬데믹)이었는지 등은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스웨덴 거석 무덤(고인돌) 8기와 덴마크 석관묘 1기에서 출토된 후기 신석기 농경인 108명의 치아와 뼈에서 추출한 DNA를 분석했다. 출토된 유골에는 6세대 120년에 걸친 가족 관계가 확인된 사람들도 있었다.
![](http://img.yna.co.kr/etc/inner/KR/2024/07/10/AKR20240710174300017_02_i.jpg)
분석 결과 17%인 18명이 사망 당시 페스트균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으며, 120년에 걸쳐 적어도 3차례 흑사병이 유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 두 차례 유행은 규모가 작고 제한적이었으나 세 번째 유행은 광범위하게 확산해 큰 피해를 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세 번째 유행을 일으킨 페스트균에는 이전 두 차례 유행한 페스트균에서는 볼 수 없었던 치명적인 독성인자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 증거들을 종합하면 당시 페스트균이 이미 광범위한 전염병을 유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음을 시사한다며 반복적인 흑사병 유행이 후기 신석기 시디에 인구가 급감한 신석기 쇠퇴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시어스홀름 박사는 5천년 전 스칸디나비아와 북서유럽에서는 불과 몇 세기 만에 신석기 농경인 상당수가 사라졌다며 "아직 신석기 쇠퇴가 정확히 어떻게 일어났는지 증명할 수는 없지만 이 연구는 흑사병이 그 원인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또 이 연구에서는 당시 사회 구조가 가부장적이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도 발견됐다.
6대에 걸쳐 가족 관계가 확인된 사람들의 DNA를 분석한 결과 아내가 여럿인 남성은 4명이 발견됐으나 남편이 여러 명인 여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또 한 여성은 두 형제와 다른 무덤에서 발견됐으며, 이는 여성이 이웃 집단으로 시집갔음을 시사한다.
공동 연구자인 스웨덴 예테보리대 칼 외란 셰그렌 교수는 "고대 거석 무덤에서 뼈와 치아가 발견된 사람들이 친족 관계일 가능성에 대한 논란도 200여년간 계속돼 왔다"며 "이 DNA 분석 결과는 그 논란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 출처 : Nature, Frederik Seersholm et al., 'Repeated plague infections across six generations of Neolithic Farmers',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7651-2
scite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