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환 고려대 교수, 한경협 CEO 하계포럼 강연
"美, 칩렛 관련 기술을 초격차 기술로 상정…중국 견제용"
(서귀포=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반도체 기술 2차 격변기를 맞아 하나의 칩에 여러 개의 칩을 집적하는 기술인 칩렛(Chiplet)이 반도체 업체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신창환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11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37회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CEO 제주하계포럼'에서 '첨단 반도체 기술과 반도체 산업 지형 변화'라는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내다봤다.
신 교수는 반도체업체들이 하나의 칩에 기능을 모두 담으려다 크기가 커지는 등 한계에 부딪혔다며 기능을 여러 칩에 나눠 담은 뒤 칩끼리 연결하는 칩렛이 관심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칩 사이즈가 커지면 수율이 감소하지만, 칩을 분리 제작한 후 다시 연결하면 성능을 유지, 또는 개선할 수 있다"며 "칩렛을 통하면 수율 증가로 연결 비용을 상쇄할 수 있는데, 칩의 크기가 커질 경우 분할하며 연결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득이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재연결 과정에서 수직적층으로 신호 이동 거리를 단축하는 신기술 등이 도입되면 칩 성능 개선을 이뤄낼 수 있고, 재연결 상정한 칩 개발 시 새로운 설계방식이 필요하다는 게 신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여러 종류의 칩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집적하고, 각 칩의 기능을 최적화하는 설계기술은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발생한다"며 "미국이 반도체 칩렛 연결 기술과 관련된 설계 자동화 기술을 차세대 초격차 기술로 상정한 것이 대표적 예"라고 밝혔다.
또 칩렛은 초고속 설계에 이어 제조기술도 함께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미국은 이종 집적시스템 설계기술로 초격차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라며 "이를 통해 중국이 반도체 설계 분야의 전문성을 쌓고 반도체 제조 중심이 되는 상황을 막고자 한다"고 분석했다.
결국 반도체 기술 2차 격변기에 들어서면서 칩렛 기술에 우선권을 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견제를 더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신 교수는 한국에서는 SK하이닉스가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봤다.
그는 "엔비디아는 여러 칩을 붙이는 'NV링크'라는 독자적 칩렛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업체지만 고객 맞춤 패키징 기술에 대한 중요성을 일찌감치 인지했다"고 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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