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총리 러·중 방문에 EU는 반발…中 "헝가리와 우크라전 정치적 해결 이끌 것"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유럽연합(EU) 올해 하반기 순회의장국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가 '우크라이나 평화 임무'를 자임하며 러시아와 중국을 단독 방문해 EU 회원국들의 반발을 산 가운데, 중국은 헝가리에 공개 지지를 보내며 힘을 실어줬다.
17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은 전날 페테르 씨야르토 헝가리 외무장관과 통화에서 "오르반 총리가 수일 전 특별히 중국을 방문했고, 시진핑 국가주석이 그와 평화 사안에 관련된 중요 의제에 대해 전략적 소통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왕 주임은 "(이는) 양국 지도자의 상호신뢰·우의를 보여줬고, 중국-헝가리 신시대 전천후 전면 전략 동반자 관계의 높은 수준을 드러냈다"면서 "헝가리는 평화를 모색하기 위해 분주히 뛰었으며 건설적 역할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은 현재 가장 긴박한 일이자 가장 현실적인 목표가 바로 우크라이나 형세의 조속한 완화라고 본다"며 "각 당사자는 '전장 외부 확산·전투 격화·상호 자극 방지'에 관해 합의해 휴전과 평화회담 복원을 위한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헝가리와 함께 평화를 지지하는 더 많은 힘을 모으고, 이성적인 목소리를 더 많이 내 국면이 정치적 해결이라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이끌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외교부는 씨야르토 장관이 현재 국면, 특히 우크라이나 위기에 관한 견해와 헝가리의 최근 노력을 소개하면서 "중국은 평화를 지지·촉진하는 중요한 힘"이라며 "헝가리는 중국과 손잡고 충돌의 확대·격화를 방지하고, 정치적 해결의 조건을 쌓고자 한다"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친러시아 성향의 오르반 총리는 그간 러시아와 협상을 통한 전쟁 종식을 주장하며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고 EU의 대(對)러 제재를 비판하는 등 EU와 충돌해왔다.
그는 이달 1일 헝가리가 EU 순회의장국을 맡자마자 '평화 임무'를 자임하면서 러시아·중국을 잇달아 방문했고, 러시아·중국과 대립각을 세워온 EU는 순회의장국의 주된 역할이 EU 입법 중재지 대외적으로 EU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며 경계했다.
일각에선 오르반 총리가 자국 외교 정책의 정당성과 국제 무대에서의 존재감을 부각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의장국 명함'을 활용하고 있다는 의심도 나온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와 회원국들은 헝가리가 주최하는 주요 행사에 사실상의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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